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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24년 전 우리교육 부끄럽고 슬픈 자화상

24년 전 우리교육 부끄럽고 슬픈 자화상

 

- 교육부 48년 출입기자의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추적(제300회) -

○… 본고는 지난 5월 16일로 교육부 출입기자 48년 째가 된 본지 김병옥(www.edukim.com)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호 특집에 … ○

○…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단독 연재한다 〈편집자〉 … ○

 

승진대상 공무원 전교조 탈퇴에 이용

진술 못하게 출석막고 해임 의결 처리

징계절차 위반 묵과 불법조장 부추겨

- 사립학교 이사장 중 자택과 사업체서 징계위 열어-

30대 정원식 문교장관

<1988. 12. 5~ 90. 12. 26 재임>

전교조 탈퇴협조 인사 반영

 

<전호에서 이음>

이에 놀란 아버지는 그 길로 기차를 타고 서울 태릉고등학교에 쫓아와서 딸에게 “아버지가 죽고 사는 것은 너 하기에 달렸다”고 통사정하는 바람에 탈퇴했다.

 

▲서울 난우중학교 김정림 여교사는 국가보훈처에 근무한 김 모 사무관으로 부터 탈퇴권유를 받았을 때 잠자코 듣기만 했다.

 

그러나 며칠 전에 출신고교인 광주대성여고에서 “국가보훈처 직원이 찾아와 신원조사를 하고 갔다”는 연락을 받은 터라 김 사무관에게 “왜 이러시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몰라서 묻느냐?”고 반문하면서 “집안의 친인척 중에 공무원도 있고 국영기업체 직원도 있는 사람이면서 알아서 할 일인데 어쩌자고 전교조는 탈퇴하지 않고 버티느냐”고 책망까지 했다.

 

김 교사는 더 참고 듣기 어려워 “나하고 어떻게 친척이 되는 거냐?”고 다시 물었다.

보훈처에서 왔다고 했던 사무관은 얼른 대답을 못하다가 “선생님 어머니의 친 고모님이 바로 우리 어머니의 외숙모”라면서 “이래도 친척인 줄 모르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김 교사는 더욱 알아듣기 어려워 난감한 표정인 채 “그러시다면 사무관님과 저는 피붙이인가요? 살붙이인가요?”하고 거듭 물었다.

 

이에 사무관도 물러서지 않고 “피는 뭐고 살은 뭐냐?”면서 “어쨋뜬 우리는 남이 아니니까 찾아온 내 심정도 이해하라”며 누그러졌다.

 

김 교사는 “그 심정이란 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고 사무관은 “승진(서기관)을 앞두고 친·인척 가운데 전교조 활동 교사가 있으면 탈퇴시키라면서 실적으로 인정해서 승진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하니까 찾아 온 것”이라고 털어놨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김 교사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 “사무관님과 저는 친척뻘이 아니라 혼인도 할 수 있는 처지인데 승진할 욕심으로 이처럼 경박한대서야 누가 인정하고 존경하겠느냐”고 꾸짖은 뒤 “인상이 좋아서 좋게 봤는데 사무관 직책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실망했다”고 싸늘하게 퍼부었다.

 

그러자 사무관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급히 돌아서 교문밖으로 사라져 갔다.

 

 

사립교사 부당징계 공공연

 

1989년 7월31일 전교조 전북지부에서 종합한 뒤 발표한 사립학교 재단의 부당한 징계조치 사례에 따르면 전교조 가입교사에 대한 잘못된 처벌과 인사처리는 예외적으로 묵과된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해 7월, 김제서중의 가정과 담당 서철심(27·여)교사와 과학담당 한애란(26·여)교사는 출석통지서와 징계의결 요구서를 한번도 받은 적이 없는데 학교법인의 징계위원회가 1989년 7월25일자로 두 교사를 해임의결로 인사조치해서 도교육청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두 여교사는 당시의 “사립학교법 제65조에 위반된다”면서 불복하고 법원에 무효확인 청구 소송으로 맞서 승소했다.

 

▲전북의 신동아재단 영생고등학교 미술과 담당 박세원(35·남)교사와 공업담당 이우송(42·남)교사는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1989년 7월25일자로 징계에서 해임으로 의결되어 인사조치 한 뒤 도교육청에 보고됐다.

 

이에 두 남교사는 당시의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24조 2의 3항에 의해 징계위원회는 교원이 절반이어야 하고 법인의 이사는 1인으로 구성되어야 함에도 동일구내 학교의 교장과 교감이 각 2인씩 4명으로 어긴 것을 들어 법원에 제소한 후 승소했다.

 

▲우석재단의 우석여고 국어과 이완우(34·남)교사는 전교조 가입 활동을 이유로 징계에 회부되었으나 1차 징계회의에서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어 1989년 7월21일 제2차 징계위원회를 열면서 이 교사가 출석한 것을 막은 채 비공개로 해임의결했다.

 

이날 이 교사에게는 오전 10시까지 우석빌딩 7층에 있는 전북일보 사장실로 출석하라고 통지했으므로 막상 들어가려고 하니까 전경을 동원해서 저지함으로 출석하지 못했다.

 

징계위원회는 본인 불출석을 이유로 궐석 징계에서 해임의결한 뒤 도교육청에 보고한 것이다.

 

이는 당시의 사립학교법 제65조 1항에 징계 의결전 반드시 본인 진술을 듣도록 규정했음에도 어긴 것이어서 법정으로 옮겨갔다.

 

▲전북의 사립 상은여고 영어과 담당 박중신(44·남)교사는 전교조 가입후 탈퇴종용 및 권고에 불응한 것을 이유로 1989년 7월25일 징계에서 해임의결한 다음 도교육청에 보고되었다.

 

그러나 박 교사의 징계는 출석통지서와 의결요구서를 1회만 통지한 채 해임을 의결한 것으로 당시의 사립학교법 제65조에서 규정한 2회 이상 서면 소환 조항을 어긴 것이다.

 

그랬어도 이를 보고 받은 전북도교육청은 묵과했으며 문교부는 더욱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 보고를 접수해서 처리한 것으로 불법조장에 여념이 없었다.

 

 

징계위 회부의 부당성 사례

 

▲서전주여중의 과학담당 이복순(29·여)교사는 전북도민신문 1989년 6월11일자 8면에 ‘교원노조의 당위성’제하의 논단을 기고한 이유로 “교원의 노동행위를 고무 찬양했다”는 혐의를 씌워 부당하게 징계에 회부했다.

 

▲진안여고 국어과 담당 김인봉(36·남)교사는 1989년 6월25일 전교조 전북지부 발행 ‘교직원 노조’소식지를 교무실에서 배포한 혐의로 징계에 회부했다.

그러나 당일은 일요일이었고 출근하지도 않았음이 밝혀졌어도 친전교조성향 이유로 징계에 회부했던 것이다.

 

▲1989년 6월4일 남원에 있는 보절중학교 체육담당 최명우(35·남)교사와 남원중학교 국어과 담당 유정미(30·여)교사는 그날 오전 11시10분부터 50분까지 KBS남원방송에서 방영된 ‘KBS광장’에 출연하여 “전교조는 왜 결성되었나” 주제의 당위성 주장에다 노동행위를 위한 집단행동혐의로 부당하게 징계에 회부되었다.

 

▲전북 이리중학교 국어과 담당 안도현(30·남)교사는 전교조에 가입하고 활동한 이유로 징계에 회부되었으나 장소가 서울이어서 참석하기 어려웠다.

 

이는 징계에 출석하는 것을 막고 진술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이처럼 징게위에 출석하여 진술할경우 목적한대로 ‘해임의결’이 어려워지므로 불출석으로 처리하기 위해 저지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례는 전북에서만 3건이 더 밝혀졌는데 배영종합고등학교는 이사장 집에서 징계위원회를 열면서 대문을 닫아 출석을 막았고, 김제서중학교는 이사장의 사업체인 김제주유소에서 비공개로 징계위원회를 열었으며, 군산제일고등학교도 이사장이 경영하고 있는 서풍제지 사업본부 건물에서 열었다.

 

 

실정법 위반 친북매도 얽어

 

전교조 불법화로 정권의 탄압이 노골화된 6공 노태우정부의 교원정책은 당시 정원식 문교부장관이 주도한 대로 고발과 구속·폭행도 주저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1989년 5월 28일 전교조가 창립된 후 8월까지 가입교사 전원 파면과 해임 조치 외에도 구속에 의한 폭력행사가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42명 투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