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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토론장

"서울시교육청 하는 짓은 유신 때와 비슷"


"서울시교육청 하는 짓은 유신 때와 비슷"

오마이뉴스 | 입력 2008.12.14 14:38 | 수정 2008.12.14 15:24

 

 ⓒ 윤근혁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지난 11월 1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고교 학교장 연수. 이 자리에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고교 < 한국근현대사 > 가운데 특정 출판사 교과서에 대해 사실상 '수정 주문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맨 뒷자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백발의 기자는 다음처럼 말하면서 혀를 끌끌 찼다. "70년대 유신시대에 하던 짓을 하고 있구먼. 세상이 4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어요."

이 소리를 옆에서 듣던 한 방송사 기자는 이 인사에게 넌지시 물었다.

"혹시 교장선생님이세요?" 유신시대 교육정책과 이명박 시대 교육정책
이 질문을 받은 이는 다름 아닌 김병옥 < 새교육신문 > 편집국장(72)이다. 1963년에 기자 일을 시작해 66년부터 현재까지 42년째 서울시교육청과 교과부를 출입하는 현존 최고령 교육전문기자다. 이것이 김 기자가 보수·진보 교육계를 막론하고 '교육정책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80년대 초부터 10여 년간 한국교총에서 내는 < 한국교육신문 > 의 전신인 < 새한신문 > 기자와 취재부장으로도 일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벌어지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교체 지시, 현대사 특강, 일제고사 관련 중징계 등에 대해 김 기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12월 2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2층에 있는 교육전문기자실에서 그와 만난 뒤, 지난 12일에도 그와 대화를 나눴다.

"지금 교육계 돌아가는 모습은 유신 상황과 똑같아요. 내가 그 때 취재기자였으니 잘 알지요." 어떤 점에서 같다는 것일까? 그의 말이 이어졌다.

"70년대 유신이 선포된 뒤 교과부와 교육청이 대구실내체육관에 전국 교장들을 모아놓고 유신헌법 지지를 선언하게 한 적도 있어요.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치로 보면 웃기는 일이지만 올해 들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잖습니까?" 고교 교장들을 모아놓고 역사교과서 교체를 지시하거나 고교에 뉴라이트 계열 강사를 보내 강제 강의를 시킨 일을 놓고 하는 말이다.

"일제고사 파면? 논할 가치도 없는 일"



< 새교육신문 > 2008년 12월 8일치.

ⓒ 윤근혁

김 기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벌이고 있는 현대사 특강에 대해 "강사를 자청한 인사들의 강의는 학생들 토론이 없다면 일방적인 세뇌교육이고 훈련"이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오송회 사건 등에서 보듯 전교조 교사를 '의식화 교사'라고 감옥에 가두던 정부가 스스로 우편향 의식화교육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이 의결한 일제고사 대체학습 안내 교사에 대한 파면과 해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논할 가치도 없는 일이에요. 학부모 편지를 보내는 것은 교사 재량이고 학부모가 체험학습을 선택한 일을 놓고 교장 승인 받지 않았다고 중징계 내리는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는 "지금의 일제고사는 70년대에 학생들을 코피쏟게 한 그 시험"이라면서 "일제고사가 교육과정에 있는 것도 아니고 별안간 정부가 바뀌자 만든 것이어서 응하지 않았다고 파면과 해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의 전교조 모습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합법화는 권력화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권력화는 오만과 편견에 빠지게 할 수도 있어요. 전교조가 급하게 가려고 하지 말고 민심과 함께 기다릴 줄도 알고, 좀 더 신중했으면 합니다." "전교조, 민심과 함께 기다릴 줄도 알아야..."

2006년 5월 25일 김 기자는 김진표 당시 교육부총리로부터 교육기자 40년 기념 감사패를 받았다. 교육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감사패를 받은 '백발 기자'는 지금도 교육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는 12월 8일치 < 새교육신문 > 칼럼에 다음처럼 썼다.

"필화는 기자의 훈장이며 고발정신이 뿌리다. 잘못된 유혹의 잇속에 끌려가지 말고 이겨내야 한다. 이는 칠순에 이른 백발기자의 간절한 소망이다." 김 기자에게 '언제까지 취재할 것인가' 하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이미 예상한 내용이었다.

"죽을 때까지 취재할 겁니다. 취재하다가 쓰러지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