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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한자 한문교육은 國語의 世界化 초석”

“한자 한문교육은 國語의 世界化 초석”

- 교육언론 반세기 현역기자의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추적(제369회) -

○ 본고는 50년 동안 교육정책 산실(교육부 출입)을 지켜본 본지 김병옥(010-5509-6320)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호 특집에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특별 전재한다. 또한 생존한 전임 장관들의 증언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내일을 위한 거울이 되고 있다.〈편집자〉○

 

“언어생활 활용 독자적인 교과 교육학

기초 한자 조정 때 주무자 회고와 증언

국가 경쟁력 높여줄 역할과 기틀 되게”

김대중 정부 6번째 임명

43대 한완상 교육부장관

<2001. 1. 29~ 2002. 1. 29 재임>

 

한자 한문 교육의 변화 모색

 

1994년부터 2006년까지 교육부 국어과담당 편수관으로 교육과정정책과장을 역임한 박삼서 ‘한국교과서·교육과정연구회장’은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당부했다.

 

‘새천년 21세기 미래 사회는 지식·정보·스마트·디지털, 다원화·다문화 사회다.

지나친 욕심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부터는 동북아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2000년 12월29일 공표한 ‘한문 교육용 기초 한자’ 1,800자를 조정했던 의의와 가치는 이에 상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불어 한자·한문 교육도 언어생활에 활용하는 교과 교육학으로서의 교육의 독자성을 확보하면서, 국어교육과의 상보적인 역할 차원에서 그 위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오로지 한자·한문 교육만을 위한 것이 아닌, 국어의 세계화와 그에 따른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이 필요했다고 하겠다.

 

나아가 한자·한문 교육은 동양학 등 여타 교육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문화발전에 기여한다는 시각으로 그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던 것이다.

 

즉, 한자·한문 교육의 필요성은 주변 학문과의 환경적 동인(動因)과 연결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제도적, 의무적인 교육이 아니라 요구와 필요에 따른 자발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예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한자·한문교육의 ‘거시적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첫째로, 한자·한문 교육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파악하고, 문제 해결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제는 한자·한문 교육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을 세부적으로 파악하여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조속히 정립해야 할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학습목표를 어떻게 수립하고 교수·학습하여, 한자·한문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가 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한자·한문 교육에 대한 기피증을 불식시키기 위해 학교교육을 어떻게 개선하고 수준을 안배할 것인가, 한자의 뜻과 음을 어떤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도입하여 가르칠 것인가, 배운 한자를 어떻게 언어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인가 등, 학습자의 다양성과 수준을 고려한 연구 결과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 둘째로 한자·한문 교육을 학교교육 범주 안에서 탈피하여 사회·평생 교육 차원으로 그 시야를 넓혀야 한다.

현대는 스마트폰, 인터넷을 비롯하여 대중 매체의 발달로 사회가 다원화되고 그 변화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되었다.

 

따라서 공교육이라는 제도권 교육만으로는 인간교육의 연속성을 감당하기가 어렵게 되었고, 학교교육의 미비점을 사회교육이 보완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므로 한자·한문 교육도 사회·평생 교육의 차원에서 인간다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육적 모델을 상정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의 연속 교육은 국어교육과의 관계를 도외시할 수 없고, 이와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한자·한문 교육의 위상이 달라진다.

 

이에 주도면밀(周到綿密)한 연구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 셋째로, 한자·한문 교육은 스마트·디지컬 시대에 문화의 창조와 융성을 책임지는 문화교육의 일익을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현대는 문화의 창조와 융성이 국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화를 융성시키고 그 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해 한자·한문 교육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연구, 제시해야 한다.

 

선언적 언명과 회고적(回顧的) 이상만으로 한자·한문 교육의 위상을 강화, 확대하기는 어렵다.

과거 문화 융성의 주체가 현재에도 그대로 문화 발전의 중심적 위치를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한자·한문 교육이 문화 창조의 원동력이 되는 구체적 상황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즉, 이제부터는 전통문화 계승 차원에서 더 나아가, 전통문화의 창조적 변하 차원에서 한자·한문 교육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유구한 역사의 흐름에서 동양 3국 가운데 동양적 가치관의 원형을 많이 보존한 민족이 바로 우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한자·한문 교육을 민족문화의 창조와 연관하여 교육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한자·한문 교육의 ‘거시적 변화’를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미시적 변화’가 시급하다.

 

첫째로, 한자·한문 교육 나름대로의 여타 교과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교수·학습 방법을 연구, 개발해야 한다.

학생의 학습의욕과 흥미를 자발적으로 유발하여 한자·한문의 학습효과를 어려움 없이 높여야 한다.

 

교육목표를 자연스럽게 달성하기 위해 교수·학습의 과정이 드러나고,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쉽게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주는 것도 시급하다.

 

이제는 학습자의 다양한 생각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창조적 사고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한자·한문 교육과정의 교수·학습 모형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둘째로, 한자·한문 교육의 교육적 성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평가 방법과 도구의 개발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수많은 연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한자·한문 교육의 평가는 면밀한 계획과 합리적인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관행을 답습해 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의 여지가 있다.

 

훈고주석(訓言古註釋)을 중심으로 많은 전고(典故)를 이해하는 암기 중심 위주의 평가나, 어려운 한문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학습자의 학습과정이나 수행을 중시하는 평가로 관심을 돌리고, 한자어, 한문 학습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실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평가 도구의 개발도 시급하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