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로운글

길 - 류근

류 근

 

여섯 살 눈 내린 아침

개울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늙은 개 한 마리

 

얼음 장 앞에 공손히 귀를 베고 누워

지상에 내리는 마지막 소리를 견뎠을

저문 눈빛의 멀고 고요한 허공

 

사나흘 꿈쩍도 않고

물 한 모금 축이지 않고 혼자 앓다가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개울가로 걸어간

 

개 발자국의 선명한 궤적이

지금껏 내 기억의 눈밭에 길을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