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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대입제도 혁신은 쇄신차원 개선도 벅차

대입제도 혁신은 쇄신차원 개선도 벅차

- 교육언론 반세기 현역 백발기자의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추적(제384회) -

생기부 수능 등급과 선발 특성 전문화

시안 발표하자 벌집 쑤신 듯 반대 공세

내신 부풀리기 막을 표준 편차 등 손질

-청와대와 혁신위 대학과 맞선 교육부는 고립무원-

 

○… 본고는 50년 동안 교육정책 산실(교육부 출입)을 지켜본 본지 김병옥(010-5509-6320)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호 특집에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특별 전재한다. 또한 생존한 전임 장관들의 증언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내일을 위한 거울이 되게 한다.〈편집자〉○

 

노무현 참여정부 두번째

46대 안병영 교육부장관

<2003. 12. 24~ 2005. 1. 4 재임>

‘2008 대입개선’시안 발표

 

<전호에서 계속>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안병영)는 2004년 8월26일 ‘2008대입제도 개선시안’을 다듬어 발표했다.

 

이날 밝힌 대입시개선 시안의 기본 방향은 세가지를 압축한 것으로 ▲첫째, 중고교육의 과정 및 결과가 대입전형에서 중요자료로 활용되도록 하여 고교교육의 중심축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고 ▲둘째,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확대 및 여러 줄세우기에 의한 전형을 강조한 제도의 취지와 성과를 발전적으로 정착시키며 ▲셋째, 실현가능성을 바탕으로 점진적, 단계적으로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는 방향이었다.

 

이 시안은 또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2004년 9월 중에 최종안을 확정, 발표하겠다”면서 신중했다.

 

발표된 핵심내용은 앞의 기본 방향처럼 ①종전의 학교생활기록부는 그 신뢰도를 제고하여 대입전형에서 반영비중을 높이고 ②대학수학능력시험은 등급화 하되 대입경쟁력을 완화하며 ③학생선발을 전문화, 특성화한다는 것으로 압축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학생부의 반영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내신 부풀리기’방지를 위해 원점수에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함께 제공하고 석차등급은 9등급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또한 교사의 교수·학습계획 및 평가계획과 내용 등 기준을 사전에 공개하며 독서메뉴얼을 개발하여 독서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했다.

 

이 때 수능개선을 위하여 성적은 9등급으로 제공하고 백분위 편차는 제공하는 것을 막았다.

특히 학생선발의 특성화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것으로 대입전형의 전문화 체제를 구축했다.

특수목적고교의 동일계열 특별전형을 도입하여 사회통합을 위한 전형의 활성화 등 실현을 앞당겼다.

 

 

개선안 시안에 다양한 반응

 

이처럼 ‘2008 대입제도 개선 시안’이 발표되자 일부 대학을 비롯한 각계 각층의 반응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발칵 뒤집혔다.

 

다행히도 여러 대학들은 시안의 기본 취지에 원칙적으로 찬성했고 수능과 학생부의 등급만 제공할 새 제도에서 상위권의 우수학생 선발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난색이었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대학의 선발자율권 확대를 강력히 요구한 소지가 되기도 했다.

 

또 다른 일부 대학 측은 기존의 고교간 학력차를 감안할 때 본고사에 버금가는 논술 및 십층면접고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그동안 대입제도의 개선안을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교육혁신위(위원장 전성은)와 교육부(장관 안병영)의 다툼은 그 축이 교육부와 대학간의 격돌로 옮겨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에 새로운 쟁점으로 고교등급제가 떠오르게 된 것이다.

 

교육부로서는 이미 청와대와 1등급은 몇 %냐를 놓고 치열하게 싸울 일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새삼 대학과 고교등급제를 놓고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는 것이었다.

 

이러니 청와대와 대학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게 되는 것에서 교육부가 난국을 헤쳐나가는 길은 변별력 약화를 걱정한 대학의 우려를 합리적으로 달래면서 이를 기화로 수능 1등급 %를 키우려는 청와대의 무모한 평등주의적 획책을 막는 것이었다.

 

교원단체와 학부모, 시민단체들도 찬·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쏟아냈다.

언론의 반응은 보수와 진보로 갈라섰고 양측은 저마다 관점에서 시안의 문제점을 찾아 강도 높은 비판을 늦추지 않았다.

 

이렇듯 확정단계에 진입한 대입제도의 개선안은 시안을 불쏘시개로 삼아 이념적 갈등을 두드러지게 표출하면서 진영싸움으로 비화해서 분극화 되었다.

 

교사단체인 전교조의 경우 “올바른 대입제도 개혁은 대학서열의 해소와 완화정책에 연계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이미 물건너간 수능폐지로 자격고사화 하고 국·공립대학의 통합전형을 대안으로 적극 제안하면서 교육부와 청와대를 압박했다.

 

이에 한국교총은 “시안만 놓고 보면 자칫 수능과 내신의 변별력을 떨어뜨려 학생들에게 논술 및 십층면접 대비 등을 위한 맞춤과외 성행과 같은 또 다른 입시부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입시제도의 도입에 따른 혼란 초래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경했다.

 

같은 시기의 2004년 8월29일, 미국을 방문 중이던 고려대학교 어윤대 총장이 한국 특파원과 만난 자리에서 “고교간 학력격차를 대학입시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역설하며 고교등급제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이는 교육부의 개선안 시안을 정면으로 맞받아 친 것으로 고려대학교의 경우 “정부안이 확정되면 수능과 학생부 모두 1등급만 지원할 가능성이 커 변별력 학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으며 이를 보도한 것에 후유증과 파장이 컸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에 대해 당시 한석수(현 교육학술정보원장) 학사지원과장이 나서서 “학생부와 수능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전체의 상위 4%에 들어야 하는데 고려대학에 지원할 학생 대부분이 1등급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오판”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한 과장은 또 “학생부에는 종합등급이 아니라 학기당 10개 과목씩 6개 학기로 쳐서 최소한 60개 과목의 등급이 표시되는 셈이어서 충분히 변별력이 있다”고 대응했다.

 

이어서 “부정확한 학교격차에 의거해서 획일적으로 개인차를 인정하는 것은 자칫 ‘대학진학 연좌제’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면서 “선배들의 업적으로 후배의 진학기회가 좌우되기 보다는 논술과 심층면접 등을 통해 제대로 능력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어윤대 총장의 발언을 계기로 고교등급제 논란은 일시에 무서운 폭발력을 갖고 점화되어 이를 찬성한 일부 대학과 주요 언론 및 반대하는 전교조와 일부 학부모단체를 비롯해 교육부간의 격렬한 다툼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안병영 장관은 이 와중의 소동돌이에서 2004년 9월10일 발표한 ‘2008대입제도 성공적 정착을 위해’라는 서한문을 통해 “앞으로도 일관성 있게 고교간 학력격차의 인정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고교등급화도 엄격하게 금지하는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천명했다.

 

이어서 그로부터 5일 후인 9월 15일 과거 수시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이 의심된 고려대학과 연세대, 이화여대 등 6개 대학에 교육부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조사결과 6개 대학교 가운데 고려대학교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3개교는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이 확인되어 2년간 10억 원의 재정지원을 삭감하는 강력한 조치로 응징했다.

 

또한 때를 같이하여 교육부는 개선안 시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004년 9월7일과 10일, 14일은 대전광역시에서, 15일은 광주광역시에서 지역별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러자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적 교육연대 그룹은 공청회 장소까지 난입, 항의하는 소동을 벌여 진행이 어려웠고 이에 영향받아 차질이 불가피했다.

 

 

청와대와 교육부 입장 정리

 

‘2008년 대입제도 개선안’은 시안에서부터 치열한 사회적 논란을 겪은 가운데 청와대와 교육부의 마지막 입장정리 단계로 들어섰다.

 

2004년 9월 30일 청와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제27회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렸다.<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