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미래형 교육 담을 교과서 개발 요청 높아

미래형 교육 담을 교과서 개발 요청 높아

- 교육언론 반세기 현역기자의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추적(제370회) -

○… 본고는 50년 동안 교육정책 산실(교육부 출입)을 지켜본 본지 김병옥(010-5509-6320)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호 특집에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특별 전재한다. 또한 생존한 전임 장관들의 증언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내일을 위한 거울이 되고 있다.〈편집자〉

 

“학습자 흥미 추장과 체제에 의문 여지

국민의 정부 때 국어과담당 편수관 제언

단일한 교과서 의존 벗고 다양화 시급”

-기초 한자 제정 논란의 반성 교육위상 재정립 갈망-

김대중 정부 6번째 임명

43대 한완상 교육부장관

<2001. 1. 29~ 2002. 1. 29 재임>

교육의 틀 바꿀 교과서 되게

 

다음은 전호에서 이은 것으로 한완상 교육부장관 재임 당시 교육부 국어과담당 박삼서(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장) 편수관이 지난해 10월9일 ‘한글날’을 맞아 펴낸 ‘편수의 뒤안길’ 제13집에 실은 회고와 제언이다.

 

이는 교육의 수난인지 교육사의 악순환인지 가늠해보기 어렵지만 재음미해 볼 여운을 담고 있어 원문 그대로 옮긴 것이다.

 

‘…셋째로, 사회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교육의 틀을 바꾸는 미래형 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집필상의 유의점, 검정기준 등을 탄력적으로 흡입하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

 

7차 교육과정 이후 한자·한문 교과서는 질과 양에서 주목할 만한 발전과 변화를 거듭했다.

 

그러나 제재의 선정과 전개, 교수·학습방법, 평가 기제(機制) 도입 등에서 학습자의 흥미를 추장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쉽게 학습할 수 있는 교과서 내용과 체제를 갖추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교과서의 기능과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이제는 단일한 교과서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학습 자료를 이용하여 교육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할 시기다.

교과서의 체제도 경직된 구조에서 탈피하여, 다원화된 구조를 흡인하는 등 변혁의 시도가 필요하다.

 

한문과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면서 학습자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내용을 선정, 조직, 전개하는, 미래형의 ‘내적 체제’를 갖춘 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 삽화, 사진, 지면 구성, 표지, 지질, 제본 등 교과서의 ‘외적 체제’를 미학적 공학적으로 구성하여, 교수·학습에 흥미를 유도하고 시각적으로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한자·한문 교육의 내용이 고전적, 보수적 경향이라고 해도, 교과서의 체제에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여, 한자·한문 교육의 가치와 위상을 새롭게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21세기 새천년의 사회 변화를 능동적으로 흡인하여 창의력, 사고력을 신장시키고, 전인적 인격 형성을 도모하는 한자·한문 교육을 모색해야 한다.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탐구역량을 지원하고, 학습한 결과를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교육과정과, 학습자의 능력과 흥미를 고려한 쉽고 재미있는 교과서 개발을 위해 한자·한문 교육도 부단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한자·한문 교육의 지평 확대

 

당초 ‘한문 교육용 기초 한자’ 1,800자 조정은 단순히 한자수를 축소하고 늘리는 작업이 아니라, 기초 한자 제정 이후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한자·한문 교육 제반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반성의 기회도 되었다.

 

제도권 내에서 주어진 시간에 교육한다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한자·한문 교육이 어떻게 변화하여 지평(地平)을 확대할 것인가를 모색하게 하였다.

 

첫째로, 시대의 변화에 보조를 맞추어 한국교육에서 한자·한문 교육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현재, 기초 한자 1,800자 교육을 중심으로 실시한 중·고등학교에서 한자·한문 교육의 위상은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제6차 교육과정에서 필수 선택 교과였던 한문 교과가,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의 경우 교과 재량 활동에서 선택 과목의 하나로 되었고, 고등학교에서는 국민공통 기본 교과가 아닌 ‘선택교과’로 그 위상이 바뀌었다.

 

더구나 교육과정상 배당된 시수가 줄어들어, 이 시간에 1,800자를 다 배우고 일상생활에 활용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이후 한자·한문 교육은 더욱 약화의 일로에 들어선 것이다.

 

따라서 언어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 국어교육과 상보적 관계라는 위상과 역할을 새롭게 설정하고, ‘한문 교육용 기초 한자’ 1,800자를 학습할 수 있는 교육과정상 시간을 충분하게 확보해야 한다.

 

이는 한자·한문 교육의 위상을 미래 지향적으로 새롭게 정립하는 본질적인 문제이며, 한자·한문 교육의 지평을 자연스럽게 확대하는 초석(礎石)이라 하겠다.

 

둘째로, 한자교육과 한문교육 분야에 대한 학문적이며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기초 연구를 꾸준히 축적해야 한다.

 

1,800자 조정과정에서 절감한 것은 한자·한문 교육을 위한 기초 연구의 자료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초 연구의 부족은 한문과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했을 때도 꾸준히 제기 되었던 문제였다.

학생들의 한자 인지과정 및 양상, 그 배경의 요인, 한자와 한자어 학습 과정, 한문 독해력을 구성하고 있는 요인, 한문교육의 필요와 요구 등에 대한 과학적인 기초 연구가 자랑할 수 있는 만큼의 학문적 성과로 쌓여야 한다.

 

반복해서 강조하게 되지만, 이제 더 이상 선언적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한자·한문 교육의 저변(低邊) 확대와 질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자·한문 교육이 현대 또는 미래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어떤 측면에서 필요한지, 기초 한자 1,800자를 어떻게 가르쳐야 학습자가 가장 흥미를 가지고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연구가 객관적인 자료 분석에 기초하여 이뤄져야 한다.

 

셋째로, 초등학교에서의 한자교육의 문제는 그 필요성에 대해서 좀 더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의 한자교육은 한글전용의 민족적 이상 실현이라는 과제와, 역사적으로 한국문화 형성에 기여한 문자사용의 전통적 이점과의 간격을 좁히는 논쟁이었다.

 

따라서 초등학교에서의 한자교육은 현재 매우 민감한 교육 현안이 되고 있다.

문자표기 방식에 대한 학문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과연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이 왜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점에서 그러한지, 어느 학년에서 몇 자를 단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기초 연구가 한층 질을 높여 제공되어야 한다.

 

처음 기초 한자 1,800자의 조정과정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론을 수렴하고 연구결과를 총집하여, 교육의 체계를 수립해 보고자 하였다.

 

그런데 현재까지 유지해 온 정책의 연속성과 민감한 국민적 관심 때문에, 거시적 방향제시라는 논의의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