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주화 敎師 西海 백령도 유배발령
- 교육부 48년 출입기자의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추적(제284회) -
○… 본고는 지난 5월 16일로 교육부 출입기자 48년 째가 된 본지 김병옥(www.edukim.com)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호 특집에 … ○
○…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단독 연재한다 〈편집자〉 … ○
“일러바치는 것이 아닌 아픈 마음으로
한마디에 찡한 감동 절로 고개 숙여
교육계 매질하는 심정에서 제보한다”
- 박석무 강삼재의원 합세 정대철 위원장 단호 의지 -
29대 김영식 문교장관
<1988. 2. 25~ 88. 12. 4 재임>
이철 의원이 밝힌 폭로내용
<전호에서 계속>
서울에서 교육민주화를 요구한 교사를 서해바다 백령도에 유배발령하는 등 문교부에 이런 음흉한 일을 조종하고 지시하는 전담부서가 있을 것으로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서 접근하여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지만 별달리 뽀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당시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도 바로 이 점이 몹시 마음에 걸려 방대한 자료뭉치를 뒤적이며 혹시라도 실마리를 잡을 수 없을까, 이 궁리 저궁리를 다해 보았지만 제대로 찾아낼 수 없었다.
말하자면 정황증거는 충분한데 확실한 물증이 없는 처지였다고 할까.
그러고 있던 차에, 정확히 말하면 감사 하루 전날,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밤늦게 비서진들과 감사준비에 정신없이 분주해 있는 데 한 통의 전화연락이 왔다.
차분하고도 진지한 목소리로 자신이 교육공무원의 한 사람이라고 밝힌 전화 저편의 주인공은 몇 마디의 인사를 건넨 후 아주 단호한 어조로 “이번 감사를 통하여 李 의원께서 이것 하나만은 반드시 철저히 파헤쳐 주어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문제의 15층 얘기를 끄집어 냈다.
▲ 5공 86년 8월부터 설치 운영
속칭 ‘교원정보부’에 대한 그분의 설명이 충분한 것은 아니었지만 “15층에 교원들의 동태파악을 전담하는 베일에 싸인 사무실이 있는데 평상시 그 곳은 문교부 직원들도 잘 모르는 곳이다”라는 것이 요지였다.
본인도 그 이상은 더 자세히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분은 “이 연락은 일러바치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마음으로 우리 교육계를 매질하는 심정에서 제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덧붙여 간청했다.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찡한 한마디였다.
그분의 지적은 하나의 열쇠가 되기에 충분했고 나는 어떻게든 밝혀보리라 마음먹었던 것이다.
다음 날 국정감사현장에서 민주당 의 姜삼재 의원에게 넌지시 이 사실을 알리면서 현장조사에 동행해 줄 것을 부탁했고 鄭대철 위원장에게도 미리 대략적인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우리 교육계만은 그렇지 않기를,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속으로 바라면서 회의 도중 잠시 틈을 내 15층으로 내려가 복도 중앙에 있는 팻말없는 조그마한 방을 미리 살펴보기도 했다.
현장조사를 마친 다음 계속된 추궁을 하면서도 그랬고, 지방의 시·도교육청에서 관련자료를 확인하면서도 그랬지만 분노와 연민이 동시에 느껴진 나날이었다.
86년 5월의 ‘교육민주화선언’ 이후 곳 곳에서 교사들이 탄압받는 현장을 목도하면서 절규에 가까운 외침으로 문교부를 상대로 항변할 때마다 구구한 억지와 왜곡된 궤변으로 얼굴색 한번 변함없이 거짓말을 해대던 ‘교원정보부’ 설치 당시의 장관이었던 孫제석 전임 문교부장관의 얼굴이 그려지면서 분노를 참을 수없었고 박 아무개 장학관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고 처벌하자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
누가 했을지라도 왜 이런 일로 교육계의 썩어문드러진 상처에 우리 모두가 얼굴을 붉혀야 하는가를 알아보자는 것이라면서 파랗게 질린 지방의 관계자들께 진심을 설명할 때는 나 역시 아픈 가슴을 어찌할 수 없었다.
朴 모 장학편수실장 沈 모 장학관 등등 그분들도 개인적인 행위가 정당하고 바른 것이라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도덕한 권력이 통치이념이라는 거창한 무기를 들이대며 우수한 교사, 훌륭한 교원을 정보·사찰·공작의 전투장으로 내몰아 자신들의 부당한 권력의지를 표출하면서 교육계를 난도질해 왔음을 감안하면 그들에게는 한편으로 동정을 느끼게 된다.
그물망처럼 정교하게 얽히고 설킨 이 거대한 反역사적이고 反민주적인 구조를 이제 더이상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고 결심했다.
‘교원정보부’의 발견은 ‘교육민주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일 뿐이었다.
때로 멍해지기도 하고 때론 전율에 몸을 떨기도 하면서 피곤에 지친 채 감사장을 나서면, 이 땅의 수많은 양심적 교사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래서 다시 몸을 곧추세우게 되는 것이 국감이었다.
“참교육의 현장, 참 스승의 자리에 이제 되돌려 보내자”고.
당시 박석무의원 증언
다음은 1988년 10월5일 문교부 국정감사에서 이철의원과 함께 교원정보부를 급습했던 박석무의원이 ‘주간한국’ 88년 10월23일자에 기고해서 실은 증언이다.
예부터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고 하고 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후세를 가르치는 교직이란 신성시되고 또 선생님은 세인의 존경의 대상이 되어 왔다.
아무리 사회가 자본주의화 되고 개인주의·이기주의가 판치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역시 이 사회에서 가장 이름없이 묵묵히 사회에 봉사하고 있는 분들이 학교 선생님들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 순박한 교사들을 갖가지 구설수에 올려 난도질하고 있는 세태가 서글프기까지 했다.
고위 공직자들의 뇌물이나 횡령, 이권개입은 몇 십억 몇백억씩 되고, 빈번하게 터지는 금융부정은 몇천억이라는 천문학적 숫자를 헤아려 국가의 경제적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청소년연맹 등에 뚜렷한 명분도 없이 기부한 금액이 자그마치 10억 원이나 되었다.
일해재단·새세대육영회 등 개인의 안일과 명망에 낭비한 국고나 기부금은 몇백억씩 되어 일반 서민들한테는 그 돈 액수가 감이 잘 잡히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과 관련된 문제라면 몇천 원·몇만 원이 오고간 액수를 마치 이 사회가 다 무너져내릴 것 같은 중대한 문제로 취급하곤 했던 것이다.
물론 선생님과 관련된 돈 문제가 잘된 일이라고 비호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중요한 점은 교사와 관련된 돈 문제가 그렇게 중요시되고 있는 바탕에는 그 만큼 선생님이란 직책이 고도의 도덕적 순결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관도 모르는 청와대 보고
문교부 국정감사 때, 실로 어이없는 사실을 목격하고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
정부종합청사 15층, 문교부가 사용하는 건물, 문패도 없는 방안에 들어가 보니 ‘국민정신교육장학관실 전담반’이라는 곳이라고 했다.<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