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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토론장

[시사해설] 교과서 편찬 절대 원칙

[시사해설] 교과서 편찬 절대 원칙

 

생존자는 담지 않은 불문율

미투운동 직격탄 詩 삭제

동서고금 어떤 나라도 지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일 교육분야의 성희롱과 성폭력 근절을 지원할 팀장(서기관 김지연)을 임명하면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고은 시인의 교과서 수록 시를 모두 삭제하는 조치를 감행했다.


이와 같이 고은 시인의 시 가운데 교과서에 실린 것을 쓸어낸 단안에 찬반 양비론이 따른 것에도 주시하게 되는 것은 세상 물정이다.


지금까지 교과서에 실린 대로 가르친 교사들은 “시 보다 사람 때문이면 작품의 교육가치에 혼돈이 따르고 왜 이런 일을 애꿎은 교사와 학생이 겪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도 서울대 황 모 교수의 ‘줄기세포’를 교과서에 넣었다가 말썽이 되자 그것을 지우느라 애를 먹었던 쓰라린 경험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고은 시인의 시가 교과서에 계속 수록되었다가 이번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상징꽃 흰장미) 운동으로 지워지는 것은 자기 관리의 부실이다.


이에 뜻있는 사람들은 “본래 교과서에는 생존자를 담지 않은 것이 철칙인데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물의가 된 것은 정권의 허물이며 동서고금의 불문율에 흠집이 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생존자를 담지 않은 이유는 그가 죽기 전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이며 “인물 평가는 관 뚜껑을 덮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는 경구를 상기하게 된다.


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나라도 지켜온 것을 왜 우리만 어겼던 것인지 고집한 결과가 지탄의 대상이다. 현행 초·중·고교의 교과서 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2015년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각론의 이행이며 지난해 초등 1~2학년을 시작으로 금년과 내년에 이어 2020년까지 전면 개편되는 것에 따른 조치이며 진행 중이다.


고은 시인의 시가 삭제되는 것도 일련의 조치이지만 교과서를 바꾸는 일에서 벌써부터 시비가 따르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교육과정을 바꾼 박근혜 정권은 탄핵으로 종말에 이른 것과 달리, 이에 의한 교육과정의 개정으로 시작된 교과서 개편은 편찬을 둘러싼 찬반격론이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 연구 집필 책임자인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가 언론의 인터뷰에서 “정권을 잡았다고 정치색을 입히면 교과서는 뭐가 되느냐?”고 반발하면서 소송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이건 미투열기의 시 삭제와 다른 차원에서 볼 문제이면서 현장 교원은 “우리는 아직도 이런 수준이냐”고 한숨과 개탄을 서슴치 않는다.


교과서를 탐낸 정권은 개편할 기회에 취향을 우선으로 손타게 마련이다.


새 정부도 차기 교육과정 개정의 차례가 된 것이면 거울로 삼을 가치를 마련할 기회이다. <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