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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숙-아름다운 선생님의 멘토

정해숙-아름다운 선생님의 멘토 107 마지막회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무덤에서 요람까지 그리고 깨어 있는 모든 시간 동안에 인간은 교육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교육자는 인간관계이다”라고 했다. ‘길을 찾아서’의 긴 글을 마감하며 많은 분들과의 인연을 생각해본다.
1999년 7월1일, 정년퇴임 한달을 앞두고 전교조가 출범 10년 만에 합법화됐다. 그 무렵 <사회평론>에 이어 월간 <사회문화리뷰>를 발행하던 정진백 사장이 교원노조 합법화와 정년퇴직에 즈음한 책 발간을 권유했다. “하늘을 나는 새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는 말을 구실 삼아 사양했다. 그러나 정 사장의 계속되는 요청을 받아들여 11월1일 <참교육의 함성>(1, 2권)을 상재하였다.

박현서·이규환 지도자문위원님을 비롯한 50여명의 필자들, 초상을 그려주신 강연균 화백, 최진우 선생, 시를 써주신 송수권·도종환 시인에게 새삼 감사를 드린다. 또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준 고 김찬국 총장, 김근태 의장, 권영길 의원, 박영수 전 광주은행장, 서옥렬 선생님, 고 류낙진 선생님, 김귀식 전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동지들 그리고 실무에 애써준 이형석 전 광역시의회 의장, 남평오 비전한반도포럼 대표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다시 전한다.

 

2009년 2월9일부터 10월16일까지는 참교육의 제단에 목숨을 바친 전교조 동지들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영희(4대 전교조 위원장)·이귀님(고 윤영규 위원장 부인)·임추섭(전 전교조 전국감사위원장) 선생님과 함께했다. 경기도의 이상선 전 교장선생님도 늦게 합류했다. 가는 곳마다 전교조 지부와 지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참 고마웠다.

 

마지막 참배지는 문태호 강원지부장을 비롯한 선생님들과 원영만 전 전교조 위원장의 안내로 황시백 선생님의 묘였다. 수목장 형식의 화단에 낮은 돌에다 ‘글과 그림’이라는 글씨가 묘비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동안 모두 60여명의 고인 가운데 40명의 묘소를 참배했는데 교사가 37명, 학생이 3명이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교육운동사에 불멸의 발자취를 남기어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었다.

 

마치 성지순례를 마치고 난 밤처럼 인천에서 강원도로 학교를 옮긴 조용명·노미화 선생님 집에서 오랜만에 밤늦도록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 양양에서 함께 마을을 이루고 사는 김경희(고 황시백 선생 부인)·김상기·정양언·이용희 선생님과의 만남도 뜻깊었다.

지난여름에도 사회민주화와 참교육 실현을 위해 참으로 열심히 노력해왔던 유상덕·박순보 후배 동지들이 제대로 뜻을 펼쳐내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나 몹시 마음이 아프다.

 

오는 26일은 전교조 재판 2심 선고일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출입 46년째가 되는 대한교육신문사 김병옥 편집국장은 교총신문사와 새교육신문사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지에서 고생하는 교사들의 심부름꾼이 되어주고자, 또 권력으로부터 홀대받으면서도 좋은 기사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 언론인으로서 머리가 하얗게 센 지금까지 당당하게 한길을 걸어오고 있다. 우리 교육계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소중한 노기자는 22년 전 89년에 해직된 전교조 선생님들의 원상회복을 위한 법정에서 다른 증인들과 함께 양심적인 증언을 해주신 고마운 분이기도 하다.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
전교조는 뜻있는 수많은 국민들의 힘으로 탄생한 자랑스러운 조직이다.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의 자세로 더불어 살아가는 참교육 실현을 위해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해온 조직이다. 참으로 참담한 오늘의 교육현실에서 유일하게 면역 항체 구실을 해온 전교조를 정부는 소중한 조직으로 인정하고 쌍방소통의 지혜를 모아 건강한 나라 건설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요즘 마음에 깃드는 옛글이 하나 있다. “만물이 이어지고 천지가 무리지어 어깨를 모으며 뿌리가 하나인 것을 우주라고 한다. 우(宇)를 알면 받아들이지 않음이 없는 것을 알 것이고, 주(宙)를 알면 모자람이 없는 것을 알 것이다.”

앞으로 가능한 한 우주의 질서에 맞추어 살아가고자 한다. 서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국민 간에 화합하고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에 미력이나마 쏟고 싶다.

그동안 부끄러운 삶의 기록을 관심 깊이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과 수많은 지인들, 정리하느라 참으로 수고를 해준 이경희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끝> 전 전교조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