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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옥컬럼

[주간시평] 문제집 위주 고교수업


[주간시평] 문제집 위주 고교수업

교과서 12권 중 사용은 2권 뿐

- 고3생 호소에도 당국 모르쇠 -

수능과 동떨어진 내용에 외면

“12권의 교과서 중 수업에 사용하는 것은 탐구과목 2권 뿐입니다. 나머지 10과목은 문제집이나 보충교재로 진도를 나가고 있으며 다른 학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고3생 한 모군의 호소다.

이 학생의 호소는 계속된다.

“3만원이 넘는 교과서 대금을 내고 받았으나 단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교과서는 바로 사물함 구석 또는 폐휴지함으로 직행하게 됩니다. 주변 학교의 친구들에게 물어본 결과 아예 전과목 수업을 문제집이나 모의고사 기출문제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고 교과서를 대신할 문제집 대여섯권만 구입한다해도 1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써야한다.

새롭게 준비할 보충수업 교재나 시험 대비 문제집과 자습서 비용까지 합치면 학기초에 책값으로 나가는 비용만 해도 어마 어마하다는 것이다.

많은 학교들이 교과서보다 문제집으로 수업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수능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수능에 대비한 학생들에게 교과서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사회탐구 과목처럼 암기할 내용이 많은 경우는 교과서가 도움이 되지만 언어나 수리, 외국어와 과학탐구 같이 심층적인 이해와 심화 학습이 필요한 과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수학교과서의 경우 난이도의 차이가 현저하기 때문에 교과서만 갖고 공부했다가는 모의고사나 수능 성적에서 물먹기 십상이라고 울상이다.

그러면서 교과서 편찬의 변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과서를 시중의 다른 문제집이나 자습서와 같이 수능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능과 함께 발맞추라는 것이다.

교사들의 요구도 학생과 다르지 않다.

현직 고3담임 김 모 교사는 “학기초가 되면 여러 출판사에서 참고서와 문제집 샘플을 30여 권씩 제공하면서 수업에 사용토록 하는 데 이것이 참고서 값 인상의 요인으로 학생부담을 가중시킨다”고 털어놨다. 또 “수능대비는 문제집이나 다른 참고서가 아니면 불안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수능으로만 줄세우기 위해 어렵게 내다보니 이 지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전직 교육부차관 아들 결혼식장에서 만난 서울시내 전·현직 고교장들도 “문제집으로 수업을 한 것은 오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시·도교육청의 담임장학에서 이와 같은 고3 교실의 수업실상을 모를리 없음에도 여전히 모르쇠다. 이를 교과부에서 조차 모른다면 “학교정책은 있으나 마나”라고 비꼰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로 어불성설이다. 〈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