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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초등 한자교육 논란 범국민적 합의 요청

초등 한자교육 논란 범국민적 합의 요청

- 교육언론 반세기 현역기자의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추적(제371회) -

○… 본고는 50년 동안 교육정책 산실(교육부 출입)을 지켜본 본지 김병옥(010-5509-6320)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호 특집에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특별 전재한다. 또한 생존한 전임 장관들의 증언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내일을 위한 거울이 되고 있다.〈편집자〉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이웃 현실에서

교육의 시대적 요청 증명할 필요 증대

영어 뒤지지 않는 한자 사용 역할 커

-한자 병기 교과서 유보 전직 편수관들 우여곡절 회고-

김대중 정부 6번째 임명

43대 한완상 교육부장관

<2001. 1. 29~ 2002. 1. 29 재임>

기초 한자 훈과 음 결정 시급

 

<전호에서 계속 이음>

앞으로 교육용 한자 조정 과정에서는 그동안 이룬 실적을 바탕으로 연구를 더욱 심화시켜 초등학교에서의 한자교육 문제를 범국민적 합의로 해결하도록 바라는 요청이 점증했다.

 

넷째로, ‘한문 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의 대표 훈과 음은 체계적인 연구를 통하여 하루 빨리 결정해야 옳다는 요청도 따랐다.

 

전통문화의 창달이라는 측면에서 한자·한문 교육의 중요성은 어제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해서 나온 주장이었다.

 

더구나 세계화, 개방화 시대에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이웃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적, 문화적 교류 측면에서 영어에 뒤지지 않게 되는 한자 사용의 역할을 신세대에서 더욱 기대하게 된것이 이유였다.

 

따라서 글로벌화 시대에 문화의 교류나 교육측면에서 대표 훈과 음을 정하고 한자, 한문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교육의 시대적 요청을 증명할 필요가 점증하고 있다.

 

한문전적 독해와 문화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훈과 음을 중시하면서 세월의 흐름에 따른 언어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여 대표 훈과 음을 결정하는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보게 된 것이다.

 

 

미래 문화 자산 영위와 교육

 

한완상 교육부장관 재임 당시의 ‘한문 교육용 기초 한자’ 1800자 결정은 1년6개월이 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44자를 추가하거나 제외하는 결과를 도출했고 홍보 자료와 조정백서의 발간으로 마무리를 지었지만 단순이 한자·한문 교육의 개선과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수행한 조정 작업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조정 과정에 민족문화 발전의 여망과 계획을 담아 본다는 자부심도 작용했었다.

 

우리 민족의 문화 자산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창출, 발전시키고 지켜 나아가 융성되고 민족의 번영은 문화 자산 융성(隆盛)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민족의 문화 자산을 융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주위환경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문화의 실체를 풍부하게 해야 하고 문화의 전통 계승이라는 실천적 측면에서만 보면 오히려 문화발전을 저해하고 그 실체를 왜소하게 만들게 마련이어서 그러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역사상 세종대왕이라는 위대한 분을 만났기에 한글(훈민정음)이라는 우리만의 민족유산이 아닌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향유하게 되었음이다.

 

그래서 그 옛날에 대왕께서 현대의 디지털 시대를 내다보고 과학적이면서 우주의 원리가 내재된 글자를 창안하게 되었다는 감탄사를 발하는 것으로는 부끄럽다고 했다.

 

한글은 소리 자질(소리글자)과 뜻의 자질(뜻글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세계 최고의 글자이며 앞으로 인류의 언어 사용과 생존에서 순위는 상위권에 들고 한글이 세계적인 언어로 발전한다는 전망 또한 허상이 아니라고 자부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융성도 이러한 세계적인 글자의 사용과 연결하여 생각해야 하고 분명히 한글이 세계적인 언어로 발전하면 우리는 세계 역사에서 영원히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우수한 민족으로 우뚝 솟을 것이라는 긍지가 용솟음 쳤다.

 

그러나 ‘한글전용’이라는 민족적 숙원의 한 곁가지에서 보면 한자·한문 교육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지금도 논의 과정에 있어 안타깝고 ‘한글전용’이라는 민족적 이상이 ‘한자병용’(또는 ‘국·한문혼용’)과 상보적(相補的) 관계냐, 아니면 대척적(對蹠的) 관계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의 한자교육 문제는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국민적 관심사로 불식되기 어렵고 지속되어 한자가 우리 문화의 자산이므로 문화적 향유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한글과 함께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것도 의미라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한글전용’이냐 ‘한자병용’이냐 하는 양자택일 문제의 해결 방법에서 인위적으로 정책적 차원에만 의지하는 것은 논쟁을 조속히 불식시키기 어렵고 문화적 실체와 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법칙에 계합(契合)하여 존재하는 것처럼, 이 문제도 문화현상으로 남겨 놓을 방법이라는 것이다.

 

좀 궁여지책(窮餘之策)의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문화유산의 향유를 풍요롭게 하려면 어느 문화 자산 하나만 강조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어느 것은 의도적으로 도외시해도 안 되기 때문이어서 그러했다.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 거센 풍랑 사이에서 살아남은 지혜가 다시 발휘되도록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도 변함없는 중론이었다.

 

적자생존이라는 자연법칙을 우리는 민족의 생존전략으로 일찍부터 깨우쳐 받아들여 왔음도 간과할 수 없었다.

 

‘한문 교육용 기초 한자’ 1800자 조정이 당시 민족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돌이켜 본다면 그동안 조정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의견과, 또 이를 종합하여 내려진 잠정적 결론은 당시 우리민족의 슬기로운 모습의 재현이었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에도 초등학교에서의 한자 교육 문제 등 일상에서의 한자사용 논의가 용광로처럼 들끓은 현상은 마냥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각 단계별로 어려움을 무릅쓰고 조정 작업에 참여하여 바람직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당시의 교수와 교사, 장학사(관), 연구원 여러분들의 노고가 컸음을 새삼 밝히고 있다.

 

특히, 어려운 과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후원해 주었던 이경환 당시 교육부 편수국 과장과 처음부터 끝까지 조정의 역할과 책임을 감당했던 김상홍 교수, 공간의 변화와 밤샘을 마다하고 정리를 흔쾌히 맡아 고생했던 사람들의 노고에도 경의와 고마움의 뜻이 모아져 전해지고 있다.

 

한국교육이 이분들의 정열(情熱)과 노력에 의해서 본질을 찾으며, 오롯하게 전통의 맥을 이어간다고 상기한 것이다.

로마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한국교육도 하루 만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며 문화자산의 슬기로운 영위와 영속(永續)을 위해서 교육에 더욱 관심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회고하면서 자부했다.

 

이상에서 보는 것은 2014년 10월9일 한글날 박삼서 ‘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장’이 증언한 것이다.

박삼서는 1994~2006년까지 교육부 국어과 담당 편수관, 교육과정정책과 과장을 역임했다.

 

 

세월이 약이듯 시류에 맡겨

 

올해 들어 지난 10월5일 ‘교과서의 날’ 기념식에 모인 교육부의 전직 편수관 등 교육과정 전문가들은 교육부에 의해 확정 고시된 ‘2015개정 교육과정 및 교과용 도서의 개발계획’발표에서 그동안 논란의 핵심이었던 초등학교 한자 교육의 국·한문 혼용 병기 교과서 발행을 늦춘 것으로 불씨가 꺼진 것에 안도하면서 “세월이 약이 듯 시류가 해결할 또 하나의 진통”이라며 자신들의 편수관 재임시에 겪었던 우여곡절을 한참동안 들먹이며 회고했다.

 

이렇듯 역사는 낮에만 이루어지지 않았고 밤에 더욱 진통이 있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또한 교육사의 그늘에 가려졌던 한완상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발자취에서 한자·한문교육의 기초한자 조정에 얽힌 사연은 밤이 새도록 얘기해도 모자랄 만큼 오묘했다.<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