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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한자교육 공청회 주제 다양화 여론 수렴

한자교육 공청회 주제 다양화 여론 수렴

- 교육언론 반세기 현역기자의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추적(제356회) -

○… 본고는 50년 넘게 교육정책 산실을 지켜본 본지 김병옥(010-5509-6320)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호 특집에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단독 연재한다. 또한 생존한 전임 장관들의 자료제공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내일을 위한 거울이 되게 한다. 〈편집자〉…○

 

학교급별 교육용 자수 한정 구분 제안

한글 한자병용 열띤 토론 속기록 남겨

2000자로 확대 초등은 600자 바람직

-1800자 유지에서 1000자 정도로 줄이자 맞불 공방-

김대중 정부 세번째 임명

40대 문용린 교육부장관

<2000. 1. 14~ 2000. 8. 6 재임>

 

초등 한자교육 찬·반 격론

▲<제2 주제>:‘교육용 한자의 학교급별 구분’에 대하여 발표자 진재교(성균관대) 교수는 학교급별 구분에서 초등의 경우 더욱 구체적인 제안(한자교육의 시작 학년, 교육 방법 등)이 필요하고, 일본처럼 ‘쓰는 수준의 한자’, ‘읽는 수준의 한자’구분도 요구된다고 했다.

 

그리고 한자 수, 학교급별 구분보다는 정해진 한자를 누가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온 박봉배(서울교대) 교수는 초등학교 국어교육에서 한자교육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고, 남기탁(강원대) 교수는 초등학교용 한자는 교과서에 나온 한자의 빈도수를 고려하여 선정하고, 남북을 아우르는 문자생활을 고려해서 조정해야 한다고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다.

 

이춘성(경북고) 교사는 한자 수를 2,000자로 확대하고, 초등학교에서는 3~6학년에만 600자 정도 학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반면, 고성욱(서울교대 부설초등) 교사는 학교급별 구분은 당시의 중·고 구분 체제 내에서 사회여건의 변화를 참고하여 첨삭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발표자, 토론자는 주로 교육용 한자의 적정 수, 교육용 한자의 명칭, 한글전용과 한자병용(혼용) 문제, 초등학교에서의 한자교육 타당성 등을 놓고 열띤 발표로 토론했다.

 

 

당시 공청회 재음미할 가치

 

▲공청회 여론:문용린 장관은 교육부가 주관한 공청회였기 때문에 여론이 충분하게 수렴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한문교육학회의 세미나보다도 주제를 다양화하고, 토론자는 각계각층의 인사를 많이 참여시켰다.

 

당시 공청회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좀 장황하지만, 종합 토론에서 발표자, 토론자, 방청자가 개진한 의견을 속기록으로 남겼으므로 이를 원문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① 이인제(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주제와 관련된 토론과 토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주제와 맞지 않는 내용을 말씀하실 경우에는 사회자의 권한으로 과감히 의견을 막도록 하겠습니다. 이점 미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여해 주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한 분 한 분께 똑같은 시간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이점 또한 양해 말씀드리고요. 시간을 얻지 못하시는 경우는 나누어 드린 질의 용지에 의견을 적어서 내 주십시오. 오늘의 주제는 현재 중고등학교 교육용으로 지정된 한자 1,800자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만 말씀해 주십시오. 동의하십니까? 이 주제에 대해서만 질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② 남풍현(단국대학교 교수):이 안이 교육부로 넘어갈 때에는 ‘한문 교육용 기초한자’로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한문 교육용으로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한자들은 국어생활과 국어교육에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와 안을 마련할 때 어찌 국어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배제되었는가 하는 질의를 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00자의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요, 그 글자들은 한문시간에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니라 국어시간에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초등학교에서는 한문교과가 없는데요, 따라서 국어시간에 이를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한글 전용 내지는 한자병용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에서는 한자를 적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말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한자와 한자 혼용을 너무 갈라서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문화역행적인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자교육을 충실히 해야 할 텐데요, 가장 중요한 것이 교과서입니다. 교과서에서는 국한문 혼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글세대니 해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아서 우리 문화가 우리 언어가 축소되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③ 이응백(서울대학교 명예교수):공청회를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화관광부의 안, 기타 안들을 자료로 삼고 연구를 해주신 한국한문교육학회에 감사드립니다. 2,000자 아니면 1,800자가 좋은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저도 2,000자로 하는 것이 좋겠어요. 일본에서 1,400여 자 하고 북한에서 1,500여 자 정도 하니까 우리가 2,000자 하면 좋겠습니다.

 

일단 외양을 늘려 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4년 9월, 74년 1학기까지 제가 쓴 1,300자를 혼용했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쓰인 한자를 조사해 보았더니 3,500자였습니다.

 

교육부에서 어휘 조사를 했더니 3,000여 자가 넘었습니다.

 

그리고 사서에 들어 있는 글자를 조사해 보았더니 역시 3,000여 자가 넘었습니다.

사서자를 무조건 뺀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예전에 문교부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정안의 첨삭자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이게 순서가 아닐까요?

 

④ 이병주(서울 경문고둥학교 교사):현실적으로 교육여건이 따르지 않는다면 지금 1,800자도 현재 한문시간 내에서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를 교육용 한자로 명칭을 바꾸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검인정 교과서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데, 교과서에서 1,800자를 다 사용해야 하는 필수 사항이 있습니다. 이것을 풀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교과서를 만드는데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는 교과서가 되기 십상입니다.

 

⑤ 김수찬(단대부속 중학교 미술교사) :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한자를 지도시키고 있습니다.

한자를 지도하니까 학생들의 이해력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새로 한자를 조정해 주신다니 좋습니다. 1,800자 보다는 2,000자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자에 일련 번호를 붙여주시면 전산화해서 학교에서 활용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⑥ 송병렬(정신고 교사) : 초등용 600자와 중·고등용으로 숫자를 분류해 지금 1,800자를 지정해 놓고 가르치고 있는 상태에서 각 학년 당 300자씩 가르치고 있는데, 초등용 600자를 지정하면 초등학교에서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