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긴 아깝고 - 박 철
‘일면식이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을 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품에 안은
그런 눈빛을 주고 받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