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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옥컬럼

[사설] 표준국어 대사전 수정

[사설] 표준국어 대사전 수정

 

변화된 언어현실 반영 맞나

 

국립국어원은 지난 6월22일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공고하고 “변화된 언어현실에 맞추었다”면서 “이젠 ‘너무 좋다’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고 했다.

 

이번 국어원의 수정에서 특징은 그동안 부정적인 서술에만 어울려 쓸 수 있었던 ‘너무’라는 부사를 긍정적인 서술에도 쓸 수 있게 길을 터준 것으로 “너무 좋다고 말할 수 있어 ‘너무’ 좋네요”라고 보기를 들었다.

 

즉, ‘너무’의 뜻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넘어선 상태로 수정했다”는 것이 사유다.

 

그간 ‘너무’는 ‘위험하다’ ‘어렵다’와 같은 부정적인 서술어 등에만 어울리게 쓸 수 있었지만 국어원의 이번 수정으로 “너무 좋다” “너무 반갑다” “너무 예쁘다”와 같은 표현도 어울려 함께 쓸 수 있게 된 것에 “무난하다”는 평이다.

 

또한 ‘너무’의 뜻을 바꾸게 된 것도 “사람들이 ‘너무’를 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폭넓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국어원의 관계자는 “표준어라는 것은 규범성이 있어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지만 국어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라면 변화된 언어의 현실에 맞게 표준어를 조금씩 맞춰 쓰는 게 국어원의 일관된 기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예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흔하게 써온 ‘빌려주다’라는 단어도 2014년에야 표준국어대사전에 담았다”면서 ‘빌리다’와 ‘주다’라는 단어가 논리적으로 상충한다고 판단하고 사람들이 ‘빌려주다’는 단어를 널리 쓰는 현실을 반영해서 표준어로 삼았다고 한다.

 

이밖에도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해 견줘 볼 필요 없다는 뜻으로 ‘도긴개긴’을 새로 등재했고 ‘도긴개긴’의 잘못된 표현으로 ‘도찐개찐’도 새로 등재하는 등 비밀이나 잘못된 일 따위가 드러난다는 뜻에서 ‘들통나다’가 새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에 의해 충분히 지도되겠지만 ‘너무’ 때문에 곤란을 겪어온 방송 예능PD들의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면 대체적으로 뒤탈은 없을 것 같다.

 

특히 TV 자막에서 출연자들은 ‘너무 좋다’고 하는데도 자막은 ‘정말 좋다’고 바꿔 썼을 경우 시청자들이 ‘보기에 거슬린다’고 지적했고 ‘너무 좋다’는 자막 때문에 방송위의 심의에 걸리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이번 국어원의 조처로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으로 반기는 분위기여서 맞는 것 같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