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숨진 학생들을 애도하고 49재와 함께 보내며>
바 람
-합동분향소는 유사 이래 가장 컸다 -
최 삼 태(전 한국노총 대변인)
이름을 부르기조차도 아까운
아이들이 거기 있었다. 끝없이
검은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무심히
노란 리본을 흔들고 지나간다.
곱고도 예쁜 아이들의 탐스런 영정
앞에서 수천수만 실성한 아비 어미가
안내인의 구령에 맞춰 줄을 서서 울고 간다.
안내인의 목소리도 메말랐다.
아비 어미는 시커먼 탐욕의 아가리
속에서 꽃잎이 지는 줄도 모르고
일상처럼 그저
가만있으마 가만있으라
주술을 외웠었다.
성능 좋은 카메라로 생중계를 하며
열일곱 살 안팎 여린 자식들을
수백 명씩 수장하고도 나라는
가만있으라 가만있으라
주술을 외운다.
합동분향소는 유사 이래 가장 크다.
꽃은 피기도 전에 지고
쉰 뱃고동이 외마디를 지른다.
여기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아이들 죽이기 좋은 나라이듯
자식들 목숨 구하는 일마저
장사꾼 검은 손에 넘어갔다.
인양은 있으되 구조는 없는 계약서
그리하여 너희들의 주검이 많을수록,
생존이 적을수록, 시간이 갈수록
그들에겐 대박이 되는 나라
그놈들 뒤를 봐주는 것처럼
그들과 공생하는 나라
아들아! 딸아!
엄마 아빠가 애타게 부른다
인사도 못하고 떠난 불쌍한 아이들아
오지 말거라 다시는 나지 말거라
자식 잃은 부모 단장의 비명마저
붉은 칠로 조롱하는 벼락 맞을 땅
검은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무심히 지나간다.
곱디고운 아이들의 바람이 되어
울고 간다
합동분향소는 유사 이래 가장 컸다.
안산 … <매일노동뉴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