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들추다 - 김 명 인
아이들이 운동장 가운데로 달려가고 있다
펼쳐진 시야가 소리를 삼키는지
저들의 함성 이곳까지 도달하지 않는다
공터 너머 깊숙한 초록은 연무 뒤에서 숨죽이고
실마리 모두 지워버린 무언극의 무대 위로
헐거운 한낮이 멈출 듯 지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이리저리로 공을 따라 쏠리지만
고요 속에 펼쳐놓는 놀이에는
성긴 무늬들만 군데군데 얼룩져 보인다
소리를 다 덜어내고
납작납작 눌러놓은 풍경들 아뜩하다
저 침묵 들추고 안으로 들어설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