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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옥컬럼

[신년화두] 말이 달면 허구에 경계

말이 달면 허구에 경계

송년과 신년에 띄운 빈말

뱀이 혀끝을 내젓듯 난무

자성 없이 기염으로 치장

 

지난해 연말의 송년사와 새해를 맞은 신년사가 도처에서 교차하며 뱀이 혀끝을 내젓듯 난무한다.

이러니 올 한해도 단소리가 판을 치고 쓴소리는 움츠려들까 걱정된다.

 

우리 속담에도 짜야할 “장이 단 집은 가도 말이 단(감언)집은 가지 말라.”고 했다.

지키지도 않은 말들이 공언으로 허풍쳤고 지난해 약속도 지키지 못한 것을 잊은 듯 새로운 단소리가 해를 열었다.

 

본래 입으로 벌어먹는 직업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워낙 단 소리꾼이 많다보니 말의 성찬이다.

선거 때 말이 고운 공약은 그 속에 독침을 감췄어도 달게 들리는 것에 끌리고 쉽게 표를 주게 되는 것이 후진국의 유권자라고 했다.

 

자기도취에 빠져 언어의 희롱을 일삼아도 꾸짖고 지탄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상대가 매혹된 줄 알고 속임수가 늘게 된다.

형용사와 접속사의 이음으로 듣기에 좋은 단소리를 남발해서 자성 없이 기염을 토했어도 그 치장에 속아 넘어간 세태가 정치권의 폐해를 키웠다.

 

동네 이름에 길음(吉音)자가 들었으면 틀림없이 점치는 집이 많고 개척교회도 많다.

이 동네에 오면 좋은 소리 듣고 간다는 뜻이 함축된 지명이다.

 

선거 때마다 길음이 난무한 만큼 공약을 지켰으면 천국을 짓고도 남을 일이다.

도둑은 빈집을 노리고 문단속이 허술하면 힘들이지 않고 훔쳐간다. 빈말로 속이고 갈취해도 계속 허구에 무딘 계층은 서민사회다.

 

이를 노리고 감언이설로 농락해서 속인 것에 맛을 들이면 그런 만큼 죄가 커지고 종말은 비참하다.

이렇듯 교활한 능변에 취하면 마음에 없는 소리까지 내뱉는다.

그랬어도 통하게 되는 것은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논리적이고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사기꾼처럼 말을 잘하다보면 이미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며 흥이 나서 뉘우치기 어렵고 양식이 고갈된다.

말을 잘하는 것도 타고난 재주라고 하지만 속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면 잘못된 재능이다.

송년사가 아직 귓전에 맴도는데 신년사가 겹쳐 표현만 바

꾼 것으로 효과를 노리는 수준이면 식상하게 되는 것.

 

의례적으로 행한 것이라도 그 안에 공감된 것이 없으면 잘못한 것이며 한마디라도 마음을 끄는 진심이 담겼으면 존경이 우러난다.

 

때문에 송년사는 성당의 고해성사처럼 진정성이 넘쳐야 하고 신년사는 진솔하게 의욕과 성취동기를 북돋은 것으로 호소력을 담지 못하면 허구에 불과해서 흘려듣게 마련이다.<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