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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거인의 자리 - 김 삼 환 거인의 자리 - 김 삼 환 강물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 깊은 상처 아물어 생살 돋을 때까지 제 속에 산 그림자를 껴안고 있기 때문. 바위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으로 울음 울어 불길 잡힐 때까지 거인이 앉았던 자리 가득한 고요 때문. 더보기
외 로 움 - 김 병 옥 외 로 움 - 김 병 옥 누구나 외로움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할 수 없지만 더 외로워 울고나면 덧나도 낫는 듯이 잠을 잃고 앓는다 더보기
하 현 - 정 혜 숙 하 현 - 정 혜 숙 머언 기별 같은 지워지지 않는 이름 같은 외진 간이역의 늦게 핀 백일홍 같은 서늘한 한 줄 묘비명 하늘 난간 흰 하현(下弦) ※하현은 보름달 후 기우는 반달의 모양 더보기
사랑의 진법 - 이 운 룡 사랑의 진법 - 이 운 룡 ‘사랑의 진법(眞法)은 당신의 정면에 서기보다 초면처럼 뒤로만 숨는데 있다 그렇게 머뭇거리며 글썽이며 사랑은 끝내 뒤돌아보아야 하는 법 사랑은 빛을 타고난 신(神)의 전율이다 신의 눈빛이 세상을 밝혀주었듯이 사랑은 빛 가운데 진화하고 처음부터 가슴속 두근거리는 풍경을 만들어 나에게 한 생(生)을 선사했다 사랑은 신의 누전이며 당신과 나, 영원의 끝까지 감전된다’ 더보기
피고 지는 꽃들 - 김 병 옥 피고 지는 꽃들 - 김 병 옥 ‘봄에 핀 꽃이 여름에 사라져 여름꽃은 가을에 지는 것으로 가을꽃도 겨울이 오면 시든다 겨울인데 꽃은 떠나지 않고 눈 내린날 말고 피는 꽃 있어 봄 여름 가을만 아니어도 곱다 꽃은 제철을 기다려 피고 지고 보이는 것만 꽃이라 하겠는가 때가 되면 새롭게 피어나려니’ 더보기
면회가는 날 - 조 영 화 면회가는 날 - 조 영 화 ‘미열로 밤새 보채던 아기 새벽이 달래어 잠이 막 든 틈새로 고양이 걸음으로 방문을 나선다 어제 저녁 챙겨놓은 면회 보따리 속 겨울 속옷 양말 두터운 솜옷이 몸보다 더 크고 마음보다 더 무겁다 새벽 시내버스 안은 남편과 할 얘기로 그만 무게를 잃는다 현저동 백일번지 언덕배기 바람은 시베리아의 시어머니다 머풀러 너머 살바람이 귓살을 갉는다’ 더보기
다 아는 이야기 - 박 노 해 다 아는 이야기 - 박 노 해 바닷가 마을 백사장을 산책하던 / 젊은 사업가들이 두런거렸다 /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인데 / 사람들이 너무 게을러 탈이죠 // 고깃배 옆에 느긋하게 누워서 담배를 물고 /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 어부들에게 / 한심하다는 듯 사업가 한 명이 물었다 // 왜 고기를 안 잡는거요? / ”오늘 잡을 만큼은 다 잡았소” // 날씨도 좋은 데 왜 더 열심히 잡지 않나요? / “열심히 더 잡아서 뭘 하게요?” / /돈을 벌어야지요, 그래야 모터 달린 배를 사서 / 더 먼 바다로 나가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잖소 / 그러면 당신은 돈을 모아 큰 배를 두 척, 세 척, 열 척, / 선단을 거느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거요 // “그런 다음엔 뭘 하죠?” / 우리처럼 비행기를 타고 이렇.. 더보기
논리가 없다 - 김 병 옥 논리가 없다 - 김 병 옥 정치는 논리가 없다 정치적으로 해결한 때문이다 남녀간의 애정도 같다 서로 좋으니 누구도 못 막는다 여의도 의사당에 갔더니 3선 의원이 준 답이다 더보기
학교 갔다 오면 - 김 은 영 학교 갔다 오면 - 김 은 영 청포도가 언제 익나 학교 갔다 오면 살펴보고 주물러 보고 뒤뜰 단감은 언제 떨떠름한 맛 가나 쳐다보고 깨물어 보고 밤이 언제 여무나 누르스름한 밤송이 찾아 장대로 후려치고 두 발 앞꿈치로 벗겨 본다 그 때마다 아버지는 좀더 기다려라 잊은 듯 기다리면 금세 익는다 하신다 더보기
이 미 -최 영 미 이 미 -최 영 미 ‘이미 젖은 신발은 다시 젖지 않는다 이미 슬픈 사람은 울지 않는다 이미 가진 자들은 아프지 않다 이미 아픈 몸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이미 뜨거운 것들은 말이 없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