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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새 벽 - 한 경 진 새 벽 - 한 경 진 서민은 창을 열고 들어오는 희뿌연 빛에도 눈이 부십니다 어둠을 가르며 질주하는 시내 버스 바퀴 구르는 소리에 귓속은 상쾌해집니다 하루 일감을 찾는 일용직은 새벽이 설레이는데 여의도 한 곁은 아직도 밤인가 봅니다 더보기
墓 碑 銘 - 이 근 배 墓 碑 銘 - 이 근 배 숨 닳는 전쟁속에 떨어져 묻힌 꽃잎 하늘을 돌아앉은 신화의 무덤 앞에 눈 멀어 지켜 선돌의 가슴에 쓴 모국어여! 침묵을 헤치고서 바람에도 부친 전언(傳言) “조국의 품 안에서 젊은 혼은 졌노라”고 피 듣는 그 흐름 속으로 새겨지는 비명(碑銘)들… 발자국 잘못 찍힌 연대(年代)의 길목에서 오가는 세월에게 묻고 있는 그 이유는 응시한 벽의 의민가. 풀꽃들의 이야긴가. 더보기
고독의 순도 - 김 민 정 고독의 순도 - 김 민 정 네 고독 그 절정은 순도가 얼마일까 네 고독 그 빛깔은 채도가 얼마일까 네 침묵 그 뜨거운 파문 명도는 얼마일까 더보기
그럼 우린 뭐여 -문 익 환 그럼 우린 뭐여 -문 익 환 ‘허 누구의 기소 중지라는 큼지막한 활자들을 헤치며 전교조 위원장 윤영규씨가 병원에서 경찰서로 끌려가고 있다 군사부(君師父)일체라고 하지 않는가 스승이란 것들이 노동자냐고 비아냥 그럼 우린 뭐여? 노동자들의 항의에 신문지가 파르르 떤다’ 더보기
성 묘 - 김 병 옥 성 묘 - 김 병 옥 ‘마실가듯 떠나신 부모님 금방 들어설 것 같은 그리움에 무덤찾아 울며 소리쳐 불러 보아도 바람소리 뿐 대답이 없네 보이는 곳 곳에 자취만 남겨 하늘 끝 바라보며 눈물집니다’ 더보기
버리긴 아깝고 - 박 철 버리긴 아깝고 - 박 철 ‘일면식이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을 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품에 안은 그런 눈빛을 주고 받으며’ 더보기
반나절 봄 - 도 광 의 반나절 봄 - 도 광 의 소리, 파시, 미카 이름을 가진 기 차 아지랑이 언덕 넘는 반나절 봄 이 있다. KTX가 서울서 부산까지 왔다 갔 다 해도 시간이 남는 반나절 봄이 있다. 버들가지 물 위에 졸고, 풀밭에 늘펀히 앉아 쉬는 반나절 봄이 있다. 고운 나이에 세상 등진 외사촌 동 생 순자 생각나는 반나절 봄이 있다. 어린 마음 떠나지 못하고 물가에 앉았는 반나절 봄이 있다 더보기
봄 - 이 성 부 봄 - 이 성 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져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 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더보기
이른 봄 - 최 춘 해 이른 봄 - 최 춘 해 암탉이 알을 품듯 봄님이 온 세상을 품고 있다 안개 낀 아침 닭의 체온으로 보송보송한 예쁜 병아리가 깨이고 봄님의 품 안에서 병아리처럼 고렇게 예쁜 연둣빛 새싹들이 깨일 테지 조올졸 내리는 비는 새싹의 젖줄 새싹이 눈을 감고 강아지처럼 젖줄을 빤다 더보기
빨 랫 줄 - 박 희 정 빨 랫 줄 - 박 희 정 팽팽히 홀쳐매도 이내 늘어지는 한사코 펄럭이며 우리를 이어주던 또 한생 원형의 그리움 한 번 더 나부낀다. 밖에서 안쪽까지 올올이 새긴 말씀 이만큼의 거리에서 그냥 바라보며 봄 한때 짧은 기억을 외줄로 앉혀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