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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획수 많아 쓰기 어려운 漢字 솎아내자”

“획수 많아 쓰기 어려운 漢字 솎아내자”

- 교육언론 반세기 현역기자의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추적(제365회) -

○본고는 50년 동안 교육정책 산실(교육부 출입)을 지켜본 본지 김병옥(010-5509-6320)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호 특집에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계속 전재한다. 또한 생존한 전임 장관들의 증언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내일을 위한 거울이 되고 있다.<편집자〉…○

 

교육부 조정안 언론공개 후 찬반격론

출입기자 일제히 문제점 제기 정론 펴

시도교육청 교육현장 여론 수렴 바빠

-교사 대부분 “제외 추가자 보다 빈도 반영”요청 높아-

김대중 정부 5번째 임명

42대 이돈희 교육부장관

<2000. 8. 31~ 2001. 1. 28 재임>

교육용 한자 조정 문제 제기

 

<전호에서 계속>

교육부의 교육용 한자 조정안이 언론에 공개되자 출입기자 대부분은 문제점을 제기하는 등 교육계의 여론을 광범위 수합해서 보도했다.

 

다음은 출입기자들이 그 때 보도한 것으로 언론사와 기자, 보도일(괄호안) 기사 제목이다.

▲연합뉴스 조채희 기자<2000. 11.23.(목) 11:00 송고> 교육용 기초한자 28년 만에 조정

▲동아일보 이인철 기자<2000.11.24.(금) 30면> 矛(모) 盾(순) 빠지고 狂(광)卓(탁)추가

▲조선일보 양근만 기자<2000.11.24.(금) 03면> 교육용 기초 漢字 44字 교체

▲중앙일보 강홍준 기자<2000.11.24.(금) 26면> 교육용 기초 한자 44자 바꾼다

▲한국일보 이광일 기자<2000.11.24.(금) 25면> 교육용 한자에서 44자 바꾼다.

 

당시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보면, 획수가 많아 쓰기가 쉽지 않다는 한자의 경우 우체국 외에는 용례가 없다는 것이며 이미 우리말로 굳어진 용어에 속하는 한자까지 배우도록 하는 조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금융에서 숫자 개념으로 사용하는 壹, 貳, 흔히 이름에 쓰이는 熙, 달러 표시의 弗, 매우 친숙한 단어인 矛와 盾, 그리고 森, 부수로 쓰이는 戈, 瓜 등이 조정안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언론사별 보도 핵심내용에는 논란을 예상한 지적 사항도 있었다.

① (연합뉴스)= (…) 지난 (2000년) 6월 공청회에서 제기 되었던 초등학교 정규교과서에 한자를 포함시키는 문제는 찬반양론이 팽팽해 보류됐고, 교육용 기초 한자수를 2천자로 늘리는 방안도 채택되지 않았다.

② (동아일보) 조정 논란=초등학교 정규 교과서의 한자를 포함시키는 문제는 찬반양론이 팽팽해 일단 보류됐고 교육용 기초 한자 수를 2,000자로 늘리는 방안도 채택하지 않았다.

(…) 그러나 壹(일), 貳(이), 弗(불), 洛(락), 熙(희) 등 금융거래나 명함,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자와 矛(모) 盾(순) 등 언어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글자가 제외된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또 獵(렵), 隸(예), 竊(절) 등 어렵고 획수도 많은 한자가 채택되고, 상대적으로 쉬운 한자는 많이 빠졌다.

③ (중앙일보) 조정 논란=새로 포함된 한자 중엔 굳이 한자로 쓸 일이 별로 없는 복잡한 글자가 많이 있다.

훔친다는 뜻의 절도(竊盜)에 포함된 절자는 총22획이다. 연계(連繫)의 繫는 19획, 수렵(狩獵)의 獵은 18획이어서 쓰기가 쉽지 않다.

우체국에 사용되는 것 외에는 거의 용례가 없는 遞(체), 체포 영장의 逮(체), 노예의 예(隸)도 이미 한글로 굳어진 용어에 속한 한자여서 컴퓨터, 영상 세대인 중·고교생이 쓰고 익히기에 다소 어렵다는 평이었다.

이름에 많이 쓰이는 희(熙), 달러 표시($)와 혼용되는 불(弗), 한자 부수로 배우는 戈(과), 瓜(과) 등은 활용도가 높은 글자여서 이를 제외하는 데 따른 논란이 예상된다.

④ (조선일보) 조정 기준 논란=교체 기준을 놓고 “의아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인이 평소 자주 쓰는 한자는 제외된 반면, 흔히 쓰이지 않는 한자가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은행에서 자주 사용하는 「일(壹)」,「이(貳)」를 비롯해 이름에서 흔히 쓰이는 「熙(빚날 희)」등이 빠졌고, 달러 표시로 쓰이는 「弗(불)」, 모순이라는 단어에 쓰이는 「矛(모)」와「盾(순)」, 森(수풀 삼), 부수로 자주 쓰이는 戈(창과), 瓜(오이 과) 등도 제외됐다.

⑤ (한국일보)=이미 2000년 6월 공청회에서 제기됐던 초등학교 정규교과서에 한자를 포함시키는 것은 찬반양론이 팽팽해 보류됐고, 교육용 기초 한자수를 2,000자로 늘리는 방안도 채택되지 않았다.

 

 

시·도교육청 여론 수렴 결과

 

당시 시·도교육청의 여론 수렴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2000년 11월 27일, 이돈희 장관의 지시로 시·도교육청에 여론 수렴을 위한 협조 공문을 시달하면서 중·고교 대체 한자 및 한자의 이동 등 제반사항을 검토하되 교육용 한자 수의 증감은 논외로 하고, 반드시 의견의 근거나 이유를 명기하여, 2011년 12월7일까지 지역교육청에서 수합, 정리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시·도교육청 담당자의 책임감과 노력으로 보고서 내용은 상당히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어서, 교육 현장의 진솔하고 체계적인 여론을 수렴한 것에 격려가 따랐다.

 

당시 교육청별 여론 수렴 및 보고서의 정리 담당자는 다음과 같다.

▲서울특별시교육청 : 장학사 홍성대 ▲인천광역시교육청(미확인)

▲대전광역시교육청:장학사 이관목 ▲광주광역시교육청:장학사 김종근 ▲울산광역시교육청:장학사 박흥수 ▲강원도교육청:장학사 조주현 ▲경기도교육청:장학사 김기서 ▲충청북도교육청:장학사 이평복 ▲경상남도교육청:장학사 김정용 ▲전라북도교육청:장학사 정오 ▲전라남도교육청:장학사 한명술 ▲제주도교육청:장학사 김순관.

이처럼 시·도교육청에서 개진된 검토 의견, 교육현장 여론 중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을 종합 정리하여 조정 작업에서 다음과 같이 참고했다.

 

① 빈도조사로 제시된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음 : 한자어 단어의 빈도 고려를 요구함

② 성씨 관련 의문 제기 : 李, 朴의 경우 두 성씨만 등재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함.(다른 논리로 대체하면서 수용 가능함.)

③ 대부분 인상적인 인지 수준에서 한자의 출처를 논하는 경우임. 그리고 신문에서 제기한 것을 토대로 의견을 가감했거나 논리를 전개한 것으로 여겨짐.

④ 본 1,800자 조정안에 대한 근본 취지에 공감은 하지만, 그 과정과 기준으로 삼은 것에 대한 이해 부족.

⑤ 누락된 한자 중 다시 고려해야 할 자종은 11자 내외임.

⑥ 한자의 자형 문제나 한자어와 결합되는 빈도수, 그리고 1,800자의 코드화 문제는 다시 논의해야 할 사항이며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함.

⑦ 1,800자의 조정에 대한 기준 문제는 이 안에 대한 인식부족인 측면이 높음.

⑧ 공청회 이후의 의견 수렴 과정에 대한 투명성 확보에 의문의 여지가 있음.

예컨대 2,000자 안, 초등학교 교육용을 포함하는 안, 초등학교 지정 한자 안 등에 대한 것은 경위에 관계없이 투명한 절차와 의견수렴 방식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