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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대입시 개선안 놓고 교육부 혁신위 격돌

대입시 개선안 놓고 교육부 혁신위 격돌

- 교육언론 반세기 현역 백발기자의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추적(제382회) -

○본고는 50년 동안 교육정책 산실(교육부 출입)을 지켜본 본지 김병옥(010-5509-6320)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호 특집에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특별 전재한다. 또한 생존한 전임 장관들의 증언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내일을 위한 거울이 되고 있다.〈편집자〉…○

 

노무현 참여정부 두번째

46대 안병영 교육부장관

<2003. 12. 24~ 2005. 1. 4 재임>

공동선발로 서열구조 해체

 

<전호에서 계속>

2004년 3월30일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산하 대입제도특위 발족회의 때 혁신위 주도세력과 청와대 수뇌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미리 준비한대로 ‘이력철 중심의 경로별 입시안’을 사전 합의된 것처럼 기정사실화 하면서 특위의 역할은 이를 세밀하게 다듬는 데 한정토록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에 안병영 장관은 “현단계에서 ‘고교 내신 강조’정도의 근본적인 방향만 정하고 여타의 사항은 앞으로 특위에서 자유롭게 논의해서 하나하나 합의로 이끌자”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이려 않고 고개를 돌려 혁신위와 교육부와의 갈등은 대입제도특위의 출범 시점부터 첨예하게 적대감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혁신위의 궁극적 목표는 대학서열구조의 해체였고 이를 위해 ‘대학공동선발제’와 같은 혁명적인 제안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교육부의 강경한 대응과 노무현 대통령의 유보적 입장을 고려해서 혁신위는 대입제도 개선안의 목표치를 형식적으로는 ‘공교육의 정상화’로 조정하고 돌아섰다는 것이 비화로 전해졌다.

 

특히 전성은 혁신위원장은 “대통령(노무현)께서 이력철 중심의 경로별 입시안을 세밀하게 준비할 것을 당부하셨다”고 강조했고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교육문제를 치유하는 방안으로 경로별 입시를 제시한 것은 옳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하며 아직 미완성인 것을 완성시키는 것이 대입제도특위 위원들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밖에도 혁신위의 핵심적 이론가인 김민남 상임위원과 청와대 이정우 정책위원장의 강력한 비호아래 대입제도특위의 논의를 자신들이 앞서 마련한 급진적 개선안으로 수렴하도록 집요하게 이끄는 노력을 계속했으며 특위의 논의과정에서 급진적 혁신 주도세력과 여타 온건 성향의 위원들 간의 밀고 밀리는 줄다리기가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 때 이인호 위원장은 그해(2004년) 7월13일 제8차회의 이후부터 특위에 불참하고 나오지 않다가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훗난 신문 인터뷰에서 “논의를 하는데 마치 오뚝이하고 싸우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느 정도 합의했다고 보면 다시 똑같은 자리로 돌아가는 등 모두 자기 입장에서 자기 주장만 내세웠고 고교 내신 확대를 절대가치로 생각하는 세력 때문에 합리적인 대화가 안 됐다”고 밝혔다.

 

이는 손종현의 ‘교육혁신위 2년 활동 백서’의 ‘2008학년도 대입학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 편(2005년판 242~292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대학입시와 학교교육 분리

 

또한 김민남 상임위원 등이 상정했던 ‘2008대입시 개선안’의 대략적 구도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학교교육을 대학의 입시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4개항으로 압축하고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기존의 수능중심 선발에서 ‘교육이력철’ 중심 선발로 입시의 기본 틀을 되돌려 학생선발의 핵심 전형자료인 교육이력철은 교사평가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학습과정 및 성취결과를 보다 심층적으로 기록한 것을 매개로 삼아 학교교육의 교재편성, 교수방법, 학생평가 등 체질을 개선한다.

 

둘째, ‘경로별 선발제도’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해서 전공별로 다양한 선발 방식을 적용할 수 있게 한다.

 

셋째, 국가단위 시험인 수능은 학교의 교사를 무력화시키지 않도록 그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실시하되 이는 등급화(5등급)가 합당하다고 본다.

 

넷째, 대학별고사의 심층면접과 논술 등은 허용하되 본고사 형태의 시험은 금지하고 전형자료로 제출된 교육활동기록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실시되도록 한다.

 

이를 위해 대학도 국가와 학교가 제공하는 자료를 전문적으로 사정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야 한다.

특히 선발절차는 경로에 의한 1차 분류와 전국 단위 시험에 의한 2차 분류, 교육이력철에 의한 3차 분류, 대학별 고사에서의 실력확인 절차에 의한 4차 분류가 이루어지게 한다 등이었다.

 

 

혁신위안에 교육부의 고민

 

이에 교육부는 혁신위가 추구하는 내신 강화 등 큰 방향에 대해서는 합의한 반면, 그 안에 내포된 과도한 이상주의와 변혁적 요소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처음부터 분명히하면서 대응하고 저지했다.

 

이때 교육부는 다음과 같이 대처하고 거부했다.

교육이력철과 경로별 선발제도 등은 생경할 뿐 아니라 다분히 이념 및 상징성이 함축된 개념(명칭)으로 그 실효성과 사회적 수용성 차원에서 수능을 과도하게 무력화하려는 시도이며, 교사별 평가도 교육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교육부도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는 이미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었으므로 수용하도록 긍정적이었고 합의했다.

교육부의 이러한 입장은 대입제도개혁특위의 온건 세력에 의해 대변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개혁특위 내에서 주요 쟁점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면서 합의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입제도개선안을 그해(2004) 8월까지 내놓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정부(교육부)의 입장은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안병영 장관은 무언가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2004년 7월23일 절박한 심경으로 교육혁신위 제9차 본회의에 참석하여 “혁신위가 지나치게 이념에 치중하여 현실성과 합리성을 무시한 채 ‘교육이력철’과 ‘경로별 선발’및 ‘새로운 학력고사’ 등 급진적 개혁안을 고집하고 집착한다”고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가능한 한 가까운 시일 안에 보다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나올 때 전성은 위원장에게도 “위원장님과 위원회가 생각을 바꾸시든지 아니면 제가 사표(장관직)를 내든지 둘 중 한 길밖에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맞섰다.

 

안 장관은 또 그 시각부터 혁신위안의 대안으로 교육부안을 강력하게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청와대의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