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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묵 계 - 장 순 하

묵 계 - 장 순 하

 

뭔가 있지 싶은 우수절(雨水節) 이른 아침

신선한 한 젊은이 모자 벗어 손에 들고

한 발짝 물러선 곳에 다수굿한 새색시

 

그들은 의논스레 날 넌지시 건너다 보고

나는 벌써 요량한 듯 가벼이 점두(點頭)했다

그렇지, 까치저고릿적 그 전부터의 친구들

 

하여, 내 하늘 한 귀에 둥지 틀고

두세 마리 새끼 쳐서 요람 위에 얹어 두고

신접 난 젊은 것들은 쭉지 쉴 새 없구나

 

어제 저 어린것들 내 너머로 날려 보내고

저것들도 머리 세어 제 곳으로 돌아가면

난 다시 대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