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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서 편 제 - 김 영 윤

서 편 제 - 김 영 윤 (서울강동송파교육장 전 교육부 학교정책관 )

 

‘극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고향집 뒷마당 같은 분위기가/허세(虛勢)로 가린/내알몸을 휘감더니만/솔바람에 실려 나오는/곰삭여진 한(恨) 가락은 / 나로 하여금/유년의 기억 속을 헤매게 했다.

 

뜨내기 사랑은

비운의 씨알을 잉태하고

그 인연 구천을 돌아

오누이로 태어나다.

 

일생을

소리 가락에 삭여 이고

황토 먼지 옷자락 삼아

떠도는 소리꾼

아비는 창(唱)을 뽑고

꽃다운 딸 춤을 덩실

모처럼 흥이 오른

아들놈은 장단치고

어화 어화 어화 어화

어화 둥둥 내 사랑

허허벌판에

신명나는 사랑가여!

 

어미 잃고 멍든 가슴

오라비도 떠나 가고

열여섯 물기 오른 순정

이만 한(恨)도 부족하랴.

눈 뜨고 못 뵈올 임

차라리 감을 수밖에

아비가 선창하면

눈먼 딸이 뒤를 이어

한에 절인 소리

돌흙에도 피가 돌고

장단 따라 나서는 길

노자는 소리 마당

주렁 막대 키를 잡고

남도벌을 쓸어 간다.

 

송화 동호 마주 앉아

밤을 새운 심청가는

구비구비 꺽인 가락

설움만큼 높은 장단

궂은비 배음(背音)속에

한많은 삶 정화(淨化)일까.

이산 저산 꽃잎 지는 소리

오누이의 청산별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