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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시간은 가끔 내릴 역을 지나쳤다 - 이 민 아

시간은 가끔 내릴 역을 지나쳤다 - 이 민 아

 

망설임에 머뭇대다, 알면서도 속절없이

소실된 변명을 삼킨 미로 같은 터널 너머

우리는 때로 무수히

내릴 역을 지나쳤다

 

폐선이 되었다는 영동선 미로(未老)역에선

홀로움을 견뎌오던 침목의 침묵이 더러는

다음 생 지평(砥平)역에 당도할

화석 같은 사연이 되듯

 

산다는 건 지난 생에 폐역 하나 남기는 일

망설임에 머뭇대다, 알면서도 속절없이

불현듯, 생의 변곡점 돌아

그대라는 역에 닿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