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로운글

여름의 발원 - 안 미 옥

여름의 발원 - 안 미 옥

 

‘한여름에 강으로 가

언 강을 기억해내는 일을 매일 하고 있다

강이 얼었더라면, 길이 막혔더라면

만약으로 이루어진 세계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아주 작은 사람이 더 작은 사람이 된다

구름은 회색이고 소란스러운 마음

너의 얼굴은 구름과 같은 색을 하고 있다

닫힌 입술과 닫힌 눈동자에 갇힌 사람

다 타버린 자리에도 무언가 남아 있는 것이 있다고

쭈그리고 앉아 막대기로 바닥을 뒤적일 때

벗어났다고 생각했다면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쪽이 끊어진 그네에 온몸으로 매달려 있어도

네가 네 기도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