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일어서야 한다 - 서 정 홍/농부 시인
아무도 아무도
불쌍하게 여기지 마라
집을 수천수만 채 짓고도
제집 한 채 없는 목수를
값비싼 옷을 만들면서도
그옷 한번 입어 보지 못한 누이를
공장에서 공사판에서 거리에서
다치거나 죽은 노동자를
남의 밥상을 수십 년 차려주고도
빚더미에 깔린 농부를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공부하고 또 공부를 해도
뒷줄 없어 취직도 못하는 젊은이를
불쌍한 것이 아니다
미안한 것이다
부끄러운 것이다
안타깝고 슬픈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다시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단단하게 두 손 맞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