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로운글

우수절의 시조 - 박 재 두

우수절의 시조 - 박 재 두

 

한 장 창호지 밖에 나직이 듣는 음성

 

어린 날 그 언덕에 흘리고 온 꿈의 씨앗

향 맑은 귀가 열리어 이젠 움이 돋는가.

 

돌아온 산모롱이 구비 구비 짓다 둔 인연

원수도 손끝이 저려 맺힌 허물 고를 풀고

한 떨기 민들레처럼 떨고 일어나는가.

 

죄 없이도 가슴 닳던 그리움도 벗어두고

묵밭된 마음의 이랑 새로 닦은 보습을 대어

묵혔던 길이 열리어 기적처럼 오실 손님.

 

비 그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이 밤

옥색 치맛자락을 끄는 꿈길도 결이 맑고

청매화, 새 피가 돌아 숨소리도 고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