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절의 시조 - 박 재 두
한 장 창호지 밖에 나직이 듣는 음성
어린 날 그 언덕에 흘리고 온 꿈의 씨앗
향 맑은 귀가 열리어 이젠 움이 돋는가.
돌아온 산모롱이 구비 구비 짓다 둔 인연
원수도 손끝이 저려 맺힌 허물 고를 풀고
한 떨기 민들레처럼 떨고 일어나는가.
죄 없이도 가슴 닳던 그리움도 벗어두고
묵밭된 마음의 이랑 새로 닦은 보습을 대어
묵혔던 길이 열리어 기적처럼 오실 손님.
비 그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이 밤
옥색 치맛자락을 끄는 꿈길도 결이 맑고
청매화, 새 피가 돌아 숨소리도 고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