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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중고생의 조 단위 검정교과서 시장 공개

중고생의 조 단위 검정교과서 시장 공개

- 교육부 49년 출입기자의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추적(제337회) -

○… 본고는 지난 5월16일로 교육부 출입기자 49년 째가 된 본지 김병옥(010-5509-6320)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호 특집에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단독 연재한다. 〈편집자〉… ○

 

 

중학교 158종 2천62만3천권 공급

95학년도 사용 참고서 포함 천문학적

고교 350종 1천7백20만3천권 채택

-교과용도서 규정 11차 개정 학생부담 덜고 저자 보호-

김영삼 정부 세번째 임명

35대 박영식 교육부장관

<1995. 5. 16~ 95. 12. 20 재임>

삼풍백화점 참사의 충격파

 

 

<전호에서 계속>

그해(95년) 6월29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풍백화점이 대낮에 붕괴해서 458명을 잃은 인재사고가 발생했다.

김영삼 정부 출범이래 가장 큰 사고였고 나라 안이 온통 벌집쑤셔 놓은 듯이 시끄럽고 안타까웠다.

 

때문에 교육부도 예외일 수 없었고 안전 불감증으로 빚어진 인재사고인 만큼 학교교육에서 도맡아야 할 몫이 장관실에 떨어졌다.

 

그날 김영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는 침울했고 각 부처 장관의 대응책이 보고되었다.

사고의 성격상 사망·실종으로 구분된 피해자의 분류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된 시신의 신원 확인에서 문제가 터졌다.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식별 작업에서도 한계가 드러날 만큼 130구 이상은 감별하기 어려웠고 밤을 새워가며 확인했으나 30구의 시신은 가족에게 돌려보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할 일은 전국 초·중·고교에 시달해서 계기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본래 큰 일이 벌어지면 계기수업이 따랐고 이를 통해 계도가 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던 때라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반면, 계기교육도 연속성이 내재되면 이어가야 했다.

 

또 계기교육의 특성은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계도자료를 교육부가 마련하고 시·도교육청을 거쳐 학교에 제공되었어야함에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언론보도에 따른 후속 자료가 끊임없이 이어져 난감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신원확인 부실로 학생들의 질문이 어른들 뺨치게 과학적인 데 바탕을 두고 예리했다.

누구보다도 곤혹스러운 것은 교사들이었고 시·도교육청도 계기교육의 체계를 보완할 일로 새삼 바빠졌다.

 

그 때만해도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종합신원확인시스템(MIM·Mass ID Manager)이 완벽하지 못했다.

계기교육 자료를 마련해서 제공한 교육부 장학실도 이 문제는 한계가 있어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에서 여러 검사법이 동원되는데 치과·유전자·지문 모듈이 탑재된 소프트웨어 등 전문분야를 교육부 차원의 계기교육에서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므로 교육부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대한 계기수업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 이후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와 2004년 동남아 쓰나미, 2007년 캄보디아 항공기 추락, 올해 4월16일 세월호 침몰사고 등 계기교육에서 시신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전히 학생들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다.

 

삼풍백화점 붕괴 이듬해인 1996년 덴마크는 치아 모듈과 유전자 모듈을 확인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사고가 없어도 평소 학교 안전교육에까지 활용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구입을 희망할 경우 20만유로(한화 2억7000만 원)에 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구입할 생각은 하고 있으나 아직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구입 못한 것이 최근 언론보도에서 드러났다.

 

다행인 것은 지난 2011년 국과수 직원들이 소요예산을 확보해서 3년 노력 끝에 한국판 종합신원확인시스템을 완성했다.

 

삼풍백화점 참사 이후 19년 만의 개가인 셈이다.

 

 

 

교과서 발행 공급시장 공개

 

박영식 장관은 1995년 5월3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설치하기 위한 기본 방침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평가원의 골격은 그 때 마련된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뒤이어 6월17일엔 KDEI 주최로 공업고등학교의 ‘2·1체제 교과서 개발을 위한 워크삽’을 개최하고 중지를 모았다.

 

6월30일이 되자 1995학년도 검정(2종)교과서의 생산 및 공급현황을 발표해서 교과서 시장의 규모가 전면 공개됐다.

당시 발표에 의하면 중학교용 검정교과서 책수는 158종이었고 이에 따른 생산 부수는 20,998,710권으로 천 단위에서 두자리 수였다.

 

공급 부수는 375,415권이 줄어든 20,623,295권이었다.

 

고등학교 검정교과서 책수는 350종으로 17,105,966권 찍었으나 17,203,018권으로 더 공급했다.

중학교의 천 단위 두 자리 수보다 한 자리 모자란 공급이지만 책값에서 시장규모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이처럼 박영식 장관이 단안을 내려 중·고교의 교과서 시장을 공개하면서 막대한 이윤에 따른 상혼까지 드러났다.

 

당시 밝혀진 중·고교의 검인정 교과서가 이룬 시장의 규모는 508책 38,104,676권 발행해서 37,826,313권 공급한 것으로 조 단위였고 이러니 중·고교의 검정교과서는 출판업계가 노리게 된 이윤이 교과서와 참고서까지 천문학적인 수치였다.

 

이것은 지금에도 다르지 않고 검정교과서의 출원 목적이 참고서 시장을 겨냥하게 된 이유다.

 

그래서인지 1995년 10월6일부터 31일까지 고등학교 검정교과서 1차 합격 발행 예정이었던 53개 출판사 대표가 공동으로 ‘고등학교 교과서의 합리적인 선정을 위한 우리들의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결의대회까지 개최했다.

 

이들은 그해(95년) 12월19일부터 20일까지 검정이 될 초등학교 영어교과서 집필 세미나도 개최했다.

이는 한국2종(검정)교과서협회가 주도한 것으로 이날 공교롭게도 박영식 장관은 경질되어 7개월 4일 재임하고 떠나게 된다.

 

 

6차 교육과정기 주요 업적

 

박영식 장관의 재임기간 중 애쓰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은 주요 업적 가운데 95년 7월20일 11차 개정한 검정교과서 발행과 공급제도의 개선은 단연 압권이었다.

 

시기적으로 제6차 교육과정기에 속했고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손질한 것 가운데 이만큼 구체적이고 전면 시정한 예를 보기 어렵다.

 

또 6차 교육과정기는 92년부터 97년까지 5년 주기였고 중학교는 92년 6월30일, 고등학교는 10월30일 고시했으며 이에 따라 중·고등학교 검정도서에 관한 규정도 손질이 불가피했다.

 

이 시기의 검정교과서는 중학교의 경우 5종에서 8종이내였고, 고등학교는 절대평가에 의해 18종까지 늘렸으며 초등학교 영어를 검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특히 95년 7월20일 박영식 장관이 발표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제11차 개정(대통령령 제14740호)은 교과서를 채택할 때 당해 학교의 교원, 학생의 보호자와 교육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학운위 심의를 거치도록 했고 개인이 저작한 것이라 해도 교육부 장관의 검정을 받은 것에는 차별이 없도록 해서 채택을 공정하게 했다.

 

또 검정에서 불합격된 것이라도 수정해서 검정을 다시 신청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검·인정 도서의 유효기간을 3년의 범위 내에서 연장할 수 있게 하는 등 검정도서에 포함시켜 교육부장관이 행사했던 인정도서를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고 심의회를 설치 운영하게 했다.

 

이밖에 교대와 사대 등 국립사범계대학의 부속 초·중·고교에서 사용하는 인정도서의 청문에 관한 권한도 이양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