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에 돌아보니 - 김 병 옥
‘소띠 해에 태어나서 팔순에 이르니
먼저 가신 부모님 뵈올 생각 밤 길어
큰 병 나면 자식들이 달려와 살려낸 효성
돌아보니 우애 깊은 형제와 짝 잘 만난 복
이보다 많이 갖고 누렸으면 더 행복했을까
초등학생부터 대학에 간 여덟 손자 손녀
더 크고 잘 되는 것 보지 못할까 조바심
나이도 잊은 채 오래 살 욕심에서
몸 챙기고 좋다는 것 탐하다 들키면
실성하듯 거울 앞에 서서 남몰래 웃는다
가슴시리고 귓속의 저승새 울어대면
지는 해 노을처럼 사라져 떠날 인연
너 어떻게 살다가 왔느냐 물으면
사람의 도리에서 어긋나지 않았다고
둘러대지 않고 대답할 수 있으련만…
백세시대 팔순은 귀천하기 이른 나이
남은 생애 삶의 끝자락 무엇을 바랄까
육신은 묻고 혼만 가서 되돌아 보는 날
마음 비우고 닦은 것에 이어갈 수 있게
학처럼 야위워도 잘 아문 말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