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교부 기자실의 ‘어용과 반골’ 두 얼굴
-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교과부 44년 출입기자의 추적(제150회) -
○… 본고는 오는 5월 15일이면 교과부 출입기자 44년에 이어 45년째가 될 본지 김병옥
(010-5509-6320)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 … ○ ○… 호
에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단독 연재한다. 〈편집자〉 …
○ 신군부 독재 권력에 맞서 싸운 건필과 출입기자 출신 대변인 영향 언론공해 잘못된 기자
가 쓴 나쁜 기사는 대조적
- 탄압받은 기자가 가장 좋은 기사를 썼던 시절로 명암 -
〈1983.10.15∼85.2.18 재임〉〈전호에서 계속〉
▲1984년 4월 10일 집권 여당인 민정당(총재 전두환 대통령)은 중·고교의 교복자율화를 수
정하기 위해 검토작업과 함게 여론을 수렴했다. 수정할 필요는 교실안의 빈부차별감 때문에
절실했고 호화사치를 조장한 수준으로 빗나간 때문이다. 전임 김옥길 문교장관에 의해 실시
된 교복자율화의 당초 목적은 교육의 자율화를 위한 것일 뿐 옷 자체가 아니었다.
학교장 대부분이 김 장관의 뜻을 이해 못하고 교복자율의 지침을 요구했고 답답한 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서 “교육자율화 깃발을 교복이라는 언덕에 꽂아 쉽게 알려 배우고
가르치자는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또 전임 이규호 장관 때는 두발자율은 잘 되는데 교복자율이 더딘 것에 전두환 대통령이
“용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복장자율로 바꾸어 옷을 마음대로 입으라고 하면 될
것을 이것 하나도 바로잡는 일이 그렇게 힘이 드느냐?”고 질책했다.
이와 같이 복장을 자율화 하니까 부유층 학생들은 백화점의 비싼 고급옷을 입게 되는 것으
로 학생신분에 걸맞지 않았고 이를 지도하는 교사에게까지 “우리 집에는 이런 옷 밖에 없는
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4월 13일 전국 99개 대학 중 55개 대학에서 군부정권 타도와 민주화를 위한 교내 시위
가 잇따랐다. 이 때 교대와 사대생들도 대거 참여해 농성을 벌이고 “교육민주화”를 외쳐댔
다.
이를 놓고 문교부는 권이혁 장관과 정희채 차관이 밤잠을 설쳐가며 대학별 시위 현황 점검
보고를 받고 대책을 협의했으나 별무성과였다. 공안당국은 “문교장·차관이 대가 차지 못한
탓”이라며 경질설을 흘리는 등 압박했다. 이에 당시 문교부출입기자 가운데 어용성향의 기
자도 있어 괴롭히면서 일조했다.
이런 일은 필자가 교육부에 출입한 44년 동안 보면서 실상을 통감했고 그 때마다 언론의
제 모습을 지킨 꿋꿋한 젊은 기자들이 많았던 것은 지금도 감동으로 남아있다. 또 문교부
기자실의 분위기도 어용성향과 반골성향으로 다른 것이 실감되고 어용성향은 ‘국익과 안보
의식’을 강조한 반면, 반골성향 쪽은 “권력으로부터 괄시받은 기자가 가장 좋은 기사를 쓴
다”고 자부하는 등 “잘못된 기자가 나쁜 기사를 쓴다”고 비아냥거리면서 자긍심을 키웠다.
재미있는 것은 어용기자는 늘 호주머니 사정이 좋았고 반골기자는 비싼 밥 한 번 얻어먹기
힘들 만큼 관료들이 경계하고 멀리했다. 대학가의 시위 보도에 대한 분석에서도 반골기자가
쓴 기사와 관련 부서직원을 함께 싸잡아 몰아치는 것에 기자쪽에서 오히려 보호하고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마음을 썼다.
특히 몸서리친 경계의 대상은 출입기자 출신 대변인이다. 어제까지 함께 취재활동을 했던
동료기자가 대변인(국장급)에 발탁되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언론의 공해가 된 것이다.
그러나 문교부의 양심있는 관료 중 용기있는 직원은 반골기자와 거리를 두면서도 제보해 주
는 것으로 도왔고 군부독재의 종식과 민주화 열망에 성원했다. 이날 경찰은 “미성년자의 규
정을 20세 미만으로 잠정 결정해서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때 20세의 미성년이 지금
은 투표권 부여가 19세로 낮춰지면서 고3교실에 유권자가 생겼다. 경찰의 미성년도 한 살
낮아진 것 같지만 이 부분은 아직도 분명치 않은 것 같다.
▲4월 14일 문교부는 “대학의 지도·휴학제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시위 관련 학생의
선처에 제동을 걸었다. 시위하다 잡힌 학생은 무조건 제적으로 처리하고 강제입영시켜 군부
대에서 수용하는 방안이었다. 이어서 ‘폭력학생’으로 규정, 징계토록 강요했다.
이에 ‘교육부조리 근절’을 지시하고 징계대상 학생의 경징계 등 선처도 부조리에 포함시키
는 것으로 처리했다. 이를 두고 대학가에서는 ‘부조리(不調理)에 대칭한 정조리(正調理)’를
내세웠고 부조리(不條理)의 해학으로 맞섰다.
또한 정부의 “부정(不正)척결구호도 부정(否定)의 오도”라고 해석을 달리해서 맞불이 되게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4월 17일 문교부는 1985년에 53개 공립고등학교를 신설, 개학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전국의 사립고교 설립이 줄어든 것에 대처한 것으로 사학측의 반발이 가시화된 상황이었다.
당시 사립학교들은 ‘학교법인’을 가리켜 “법 앞에 죄인(법인)이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사학운영의 자율보장을 갈망했다.
▲4월 18일 대학가의 시위가 날로 격화되면서 학내문제까지 사찰이 되는 상황으로 악화되
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시위를 막는 데 앞장 선 총·학장에 대한 비리 규탄이 거세지면서
일부 대학은 보직교수 가운데 학원사태를 전담한 어용 교수가 표적이 되었다.
이 와중에서 목원대학은 학장 퇴진요구가 6일째 단식으로 계속되는 등 대학마다 “남의 일
같지않다”고 사태를 우려했다. 같은 날 정부는 청주 새 국제공항건설 계획을 확정하고
‘1986년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영국 외상은 “홍콩의 행정권을 1997년 이양하겠다”
고 밝혀 역사의 진운을 증언한 셈이었다.
▲4월 24일 권이혁 문교장관은 “교복과 두발자율화는 학교에 위임하여 지속하고 고교입시
에 영어듣기 평가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본디 교복자율화는 제24대 김옥길 장관(79. 12.
14∼80. 5. 21)이 시행했고 ‘두발자율화’는 이규호 장관 때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보다 훨씬 앞선 제23대 박찬현(77. 12. 20∼79. 12. 13)장관이 “중·고생의 교모(모자)는 일
제군사문화인 군모의 잔재이므로 폐지한다”고 발표해 없애면서 학생들 머리가 너무 짧은 것
에 “이것 또한 일제 군인의 깎은 머리에서 본 딴 것이므로 자율화 하자”고 제창하여 남학생
머리를 3cm까지 허용한 것이 시초였다.
그러면서 여학생도 귀밑까지 내려올 수 없이 짧은 단발머리를 장발로 기르도록 했다. 후에
이규호 장관은 이를 남학생은 5cm까지 기르도록 했고 지금은 그 이상도 허용한 것으로 자
율화 된 것이다.
한가지 설명을 보탠다면 박찬현 장관은 부산에서 초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제헌의원 출신
이다. 이와 같이 교복과 두발의 자율은 김옥길 첫 여성교육장관과 유일한 제헌의원 장관에
의해 실시된 것이다.
▲1984년 5월 1일 서울대와 연세대는 ‘여름학기 운영 방침’을 발표하고 학생 시위 때문에
‘조기방학’이 불가피한 실정에 보완 대책으로 삼고자 했다. 그 시기의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
들은 당시 생생하게 겪은 학내 사정을 되돌아보면 굴절된 학사행정을 되새겨 볼 수 있다.
▲5월 4일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사치 복장억제 지시’가 장학지도에서 도에 넘치게 빗나가자
고교생들이 반기를 들고 교내 시위를 벌이는 등 항의 농성에 돌입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날
은 또 전날 교황 요한 11세의 역사적 방한에 이어 광주에서 교황이 직접 옥외 미사를 집전
한 것으로 정국이 긴장된 하루였다.
이어서 전두환 신군부 정권은 그해 ‘어린이 날(5월 5일)’을 맞이하여 ‘청소년 육성법을 제정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을 찾은 교황은 “한국의 어린이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
다.
또 교황청은 “매년 9월 20일을 한국 ‘성인의 날’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며 5월 6일엔 교
황이 ‘순교자 103위 시성식’을 집전했다. 이 때 정신분열증세의 한 대학생이 교황에게 딱총
으로 위협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어서 5월 8일은 ‘부처님 오신 날’의 석탄제와 밤에 제등
행렬로 호국불교 행사를 갖기도 했다.
▲5월 12일 문교부는 고등학교의 ‘국어 문법 통일(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교
육청은 고교생 1만여 명을 모아 잔치행사를 벌여 위로 했으나 ‘관제 잔치’라는 반발이 만만
치 않았다.
▲5월 15일 정부 제정 제3회’스승의 날’ 행사가 있었다. 이날 스승의 날 기념행사는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한 1982년에 제정하여 세 번째 행사였고 한국교총이 주도했다.
이에 전교조의 태동이었던 ‘Y교사회’는 따로 ‘교사의 날’을 정해 “이름없이 욕심없이 교단을
지킨 분필 쥔 스승의 얼 이어받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으며 후에 전교조에 의해 ‘교
사의 날’로 기리고 있다. 이 때부터 우리나라는 ‘스승의 날’과 ‘교사의 날’이 양립하고 분필
을 놓고 교실을 떠나 다른 것을 쥔 스승과 분필을 놓지 않고 제자와 함께 교실을 지킨 스승
으로 구별된다.
▲5월 18일 정치권의 ‘민주화추진위원회(민추위)’ 발족에 대학가의 시위가 힘을 받고 술렁
거렸다. 공동의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맡았고 대행은 김상현, 고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