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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세한(歲寒)의 저녁

세한(歲寒)의 저녁

권 갑 화

 

공원 벤치에 앉아 늦은 저녁을 끓이다

더 내릴 데 없다는 듯 찻잔 위로 내리는 눈

맨발의 비둘기 한 마리 쓰레기통을 파고든다

 

돌아갈 곳을 잊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지

눈꽃 피었다 지는 부치지 않은 편지 위로

등 굽은 소나무 말없이 젖은 손을 뻗고 있다

 

간절히 기댈 어깨 한 번 되어주지 못한

빈 역사(驛舍) 서성이는 파리한 눈송이들

추스른 가슴 한쪽이 자꾸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