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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수능 1등급 놓고 오락가락 찬 -반치열

수능 1등급 놓고 오락가락 찬 -반치열

- 교육언론 반세기 현역 백발기자의 역대 교육장관 발자취 추적(제385회) -

청와대 9등급 개선안 긍정후 급선회

고교 등급화 거부 내신 학생부 조절 맞불

당정기류 7% 수준 정리도 가닥 흐려

-교육부 4%안에 반대세력 “변별력 없다”발끈 저항-

○… 본고는 50년 동안 교육정책 산실(교육부 출입)을 지켜본 본지 김병옥(edukim.com·010-5509-6320) 편집국장이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신동아’ 2006년 6월호 특집에 기고했던 것으로 당시 ‘교육부 40년 출입 老기자의 대한민국 교육장관 48인론(20페이지 수록)’을 독자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보완, 전재한다. 이는 전임 장관들의 증언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내일을 위한 거울이 되고 있다.〈편집자〉…○

 

노무현 참여정부 두번째

46대 안병영 교육부장관

<2003. 12. 24~ 2005. 1. 4 재임>

청와대와 교육부 입장 정리

 

<전호에서 계속>

2004년 9월30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제27회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2008 대입제도 개선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최종정리하는 자리였다.

 

이 때 이원덕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은 그동안의 지역공청회 결과 등 정황을 총괄해서 보고했다.

 

이 수석의 보고내용은 교육부 의지를 크게 반영한 것이었고 미해결의 쟁점인 수능등급제와 교사별/교과별 평가와 연관하여 수능등급제의 경우 전교조는 5등급, 대학은 13~15등급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행 개선안의 9등급을 시행하면서 신뢰도가 높아지면 완화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고했다.

 

다음은 교사별 평가와 교과별 평가에서 실제 교육여건을 감안할 때 일단 현재와 같이 교과별 평가로 하되 2010년도 중학교 신입생부터 교사별 평가를 적용하도록 하면서 고교내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하여 교원평가와 연계하고저 한다는 요지였다.

 

따지고 보면 수능 9등급제는 2004년 8월19일 국정과제회의에서 이미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셈이지만 이후 진보진영에서 계속 반론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에 이를 다시 명확히 하고저 했던 것이다.

 

반면, 전교조 등에서 강렬하게 반대해온 교사평가제는 교과평가제로 대체하는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묵시적 동의를 얻어 교육부 입장에서 보면 좋은 결과였고 수확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도 마지막 남은 핵심 쟁점인 수능 ‘1등급의 몇 %?’문제는 풀리지 않고 애를 먹였다.

 

대신 9월(2004)이 가고 10월에 들어서면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당정기류는 수능 1등급의 범위를 7% 수준에서 정리가 돼가는 듯 싶었다.

 

이에 안병영 장관은 훗날 회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음이 분명했다”고 증언했다.

 

반면, 청와대의 이정우 위원장을 비롯한 주류는 갖가지 방식으로 교육부(안병영 장관)에 압력을 가했고 그 강도는 날이 갈수록 더했다고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집권당,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이 조직적으로 연대하여 교육부를 압박했으며 대학에서도 가세한 것에 교육부 입지가 점차 좁아진 것이 실감되었다.

 

때문인지 교육부는 그해(2004) 9월까지 ‘2008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던 예고에도 불구하고 최종 입장정리를 얼른 못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과 중등교육계, 언론, 시민사회단체 등 이해당사자들과 많은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쳤고 이미 정리가 된 방안도 재검토해서 확고하게 다져나갔다.

 

이때 교육부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가닥을 잡았다.

 

첫째, ‘2008 대입시 개선안’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을 강화하겠다는 기본 틀은 공교육 정상화의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정립했다.

 

기존의 많은 연구와 자료검증에 따르면 대학의 여러 전형 요소 가운데 고교 내신성적과 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는 원점수에 평균과 표준편차를 함께 제공하고 석차 등급을 9등급으로 제공함으로써 크게 개선될 것에 기대했다.

 

그리고 앞으로 학생부에는 교과과목 뿐만 아니라 독서와 특기, 봉사활동 등 비교과과목의 비중을 늘려 고교 교육과정운영의 개선을 도모했다.

 

또한 학생부의 실질 반영률은 내신의 신뢰도 개선과 더불어 조절하고 고교를 등급화 한다는 것은 “불가하다”고 일축했다.

 

내신평가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평가이지 학교에 대한 평가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설령 고교간의 평균적 학력격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그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 개개인의 격차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내신위주의 전형에 있어서 고교등급화는 수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둘째, 수능은 9등급으로 하되 “1등급은 4%로 한다”고 못을 박았다.

 

1등급의 변별력에 관해서는 논란이 컸으나 대학측이 수능 외에 학생부를 비중 있게 반영하고 논술과 면접을 가능한 한 최소수준으로 적절히 활용하게 되면 변별력의 문제는 극복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복수의 반대세력은 “수험생 60만 명의 4%인 2만4000명이 1등급이 될 경우 변별력이 없다”고 발끈하며 저항했다.

 

이에 교육부는 “수능등급은 전과목이 아닌 매 과목당 매기는 것으로 교육과정평가원의 자료로 씨뮤레이션을 해본 결과 4과목 모두 1등급이 되는 학생수는 700명 미만”이라고 해명했다.

 

또 “상항이 이렇다면 수능성적 등급화의 변별력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학생부로 보완하고 논술고사를 최소한으로 반영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추가해서 밝혔다.

 

한편 교육부의 입장은 이와 같이 정리가 되었으나 역시 ‘고교등급제’의 쟁점은 언제라도 다시 불이 붙을 화약고였으며 만약 대학들이 자율성과 변별력 부족을 내세워 학생부의 실질 반영률을 최소화하고 논술 및 면접을 본고사 수준으로 강화했을 경우 학생들에게 수험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안병영 장관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다만 안 장관의 재임시기(2004년 9월)로 보아 향후 2008년까지는 3년 여의 시간이 있으므로 대학과 고등학교, 학부모, 시민단체, 언론 및 교육부 등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새로 신설되는 ‘교육발전협의회’를 통해 핵심적 쟁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고 이에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대입전형의 전문화와 특성화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가 학교간 지역간 격차를 줄일 수 있게 심혈을 기울인다면 상황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병영 교육부장관은 이와 같이 입장을 정리하고도 청와대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핵심적 난제가 여진으로 남아있었으며 그것은 바로 수능 1등급을 몇%로 하느냐였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이해당사자들과 수많은 토론과 협의를 통해 ‘수능 1등급 4%’가 마지노선임을 직감하고 결론으로 삼았다.

 

동시에 청와대안을 따를 경우 전 사회적으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치열한 저항에 직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때문에 청와대와 집권당의 구심인 당정협의에 이러한 정황을 이해시켜 설득하기 바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