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詩> 하늘이여, 한 생명이여! - 진목(김광) 스님
하늘이여!
초록빛 머금고 못다 핀 빨간 장미 한 송이
차디찬 바다에 피눈물 삼키며 안기었으니
홀로 참아 온 설음 꽃잎 진 바다를 바라보며
별빛 따라 멀어져 간 찬 손을 붙잡고
지금 가지 말라고 누가 널 이리 불러 가느냐고
이렇게 세상천지를 피눈물로 물들이며 떠나야 하느냐고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들의 모든 것을
이 가슴까지도 용광로에 이글거린 원망의 망치로
붉은 피 토하도록 두들기고 있구나.
지금은 아무 말도, 누구의 말도,
어떤 말도 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엄마, 아빠, 여보, 언니, 오빠, 선생님, 친구…
“나 지금 여기 있어”라는 그 말 한마디
“사랑해요”라는 그 숨결만이
내 이 애통한 가슴에 새 희망의 빛으로 출렁일 뿐
세상천지에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비통할 일이 어디 있단 말이냐
모든 것 버리고 훌쩍 떠나 갈 때가 아니라고
피눈물 꿀꺽이며 하늘을 치고,
땅을 치고, 가슴을 쳐 보지만
너의 해맑은 미소, 다정한 부름의 목소리
영영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으니
오, 하늘이시여!
진정 이렇게 지켜만 보시렵니까?
어쩌란 말입니까?
가슴이 터져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제껏 살아오며 지은 그 죄 값이 이렇게 크고 넓기에
그 업장이 이토록 깊고 깊어
꼭 이 바다에 뿌려 갚으라합니까?
지금 내 앞에 있는 뚜렷한 현실
이 모든 것이 어젯밤 내내,
아니 오늘도 내일까지라도 몸부림치며 꾼
한 악몽으로 끝났으면 합니다.
하늘이여, 한 생명이여!
정말 정말 무정하시고 가혹하십니다.
자비하심도 사랑하심도 한 갓 말뿐인 단 말입니까?
제발 마지막 남은 울부짖음의 소리
온 세상의 마음을 모은 구조의 손길
힘과 용기를 주시어 헛되지 않게 하소서.
당신의 그 자애로우신 힘 보여 주소서.
이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니
이 애통함 그냥 그냥 받아 주소서
진정 당신 보시기에 착하고 깨끗하고 순수한 영혼이기에
이 세상의 진흙탕에 물들지 않게 하시기 위해
이렇게 안타깝고 아픔을 안고 가는 길뿐이라면
꿈길이라도 꼭 웃는 모습 부둥켜안고 울부짖게 하시고
“잘 있다”라고 한 말씀 들려주소서.
약속의 말씀으로 구원의 영광 있는 곳,
생명의 향기 가득한 천국으로
빛 따라 오르도록 인도하여 주시고 받아 주소서.
그 영혼 부등켜 안고 애통해 하는 마음에도
치유와 위로의 손길 한 생명 다하도록 함께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