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 慘殺
바다 속으로 터널도 뚫는 세상에
어떻게 305명이 바닷물에 갇혀 떼죽음당할 수 있냐고
파도는 제 몸 이랑이랑에 번뜩이는 촉기를
비수처럼 꺼내어 들고
저 뒤에서 부터 몸을 날려
산산이 박살난다.
이게 나라입니까? 우리가 먹잇감입니까! 팻말에 적힌 고교생의 글씨가
바위를 내리찍으며 박살날 때마다 세월호 참사가 아니라 ‘세월호 참살慘殺’이라고 피 마르는 팽목항
등짝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파도의 살점이 튀어도
대가리에 폭약을 장착한 듯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듯
갈기갈기 몸을 일으켜 세웠다가
일직선으로 바위에 내리꽂히며
파도는 다시 박살난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던데 그렇게 찾기가 힘듭니까?”라고 말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부터 캐야 할 진실이 너무 많지만,
학생들이 떼로 죽어 가는데도
어째서 선장과 선원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죄다 탈출했냐고
그 뻔뻔한 이유를 밝히는 데서부터 진실은 시작된다고
파도는 또 박살난다
뼈 비린 살점이 미치게 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