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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섬 - 김영윤 섬 - 김 영 윤 섬에도 섬이 있고 사람도 사요. 뱀섬 소섬 다랑도에 소라도 올망졸망 모여들 소라도 줍고 아들 딸도 기르고 염소도 노요. 더보기
짚신 신고 발길 닿는 대로 - 김 시 습 짚신 신고 발길 닿는 대로 - 김 시 습 온종일 짚신 신고 발길 닿는 대로 갔더니 산 하나 넘고 나면 또 산 하나 푸르네 마음에 집착 없거늘 어찌 몸의 종이 되며 도는 본래 이름이 없거늘 어찌 이름을 붙이리 간 밤 안개 촉촉한데 산새는 지저귀고 봄바람 살랑이니 들꽃이 환하네 지팡이 짚고 돌아가는 길 일천 봉우리 고요하고 이끼 낀 벼랑에 어지러운 안개 느지막이 개이네 ※김시습은 수양이 조카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를 빼앗아 오르자 사흘을 통곡한 뒤 산천을 떠돌며 권력자들을 조롱하고 시대와 불화했던 것으로 38세의 젊은 나이에 한양에서 가까운 수락산에 들어가 10여 년을 은거할 때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더보기
선 거 - 김 병 옥 선 거 - 김 병 옥 허풍에 단소리가 들을만 하고 아쉬워 찾아온 표구걸 후보는 끝나면 그림자도 보기 어려워 이름에다 쓴소리 섞어 욕잔치 더보기
눈 내리는 밤 - 조 동 화 눈 내리는 밤 - 조 동 화 땅의 부끄러움을 이미 다 보았거니 굳이 남은 것들을 들추어 무엇하리 하늘이 무명옷 한 벌 밤새 지어 입힌다. 지상에 은성(殷盛)하는 어둠보다 더 큰 사랑 한없이 다독이며 안아주는 용서 앞에서 아기의 젖니가 돋듯 태어나는 세상이여. 달과 별이 숨었어도 스스로 차는 밝음 나무들 하나같이 뿔 고운 순록이 되어 한잠 든 마을을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더보기
별 - 신 경 림 별 - 신 경 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더보기
蘭 - 신 석 정 蘭 - 신 석 정 바람에 시운대는 저 잎샐 보게 잎새에 실려오는 저 햇빛을 보게 햇빛에 묻어오는 저 향낼 맡게나 이승의 일이사 까마득 잊을 순 없지만 蘭이랑 살다보면 잊힐 날도 있으려니 더보기
발을 씻으며 - 유 영 갑 발을 씻으며 - 유 영 갑 맨발로 흙을 밟으며 감자 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냇가 작은 바위에 어머니가 나를 앉혔다. 흙 묻은 발바닥에 어머니의 손이 닿는 순간 간질간질 나는 웃었다. 어머니도 웃었다. 온종일 땀냄새 나던 하늘인데 어머니가 씻겨 주는 발 때문에 노을이 참 아름답게 핀다. 더보기
버 들 가 지 - 홍 랑 버 들 가 지 - 홍 랑 새 버들가지 꺾어 임의 곁에 보내오니 잠드신 창문넘어 꿈길에 심어두고 기다렸다 봄비 맞고 새 순 돋거든 내가 왔구나 여기소서 더보기
발 자 국 - 김 호 길 발 자 국 - 김 호 길 은빛 세상 부신 아침 산비탈에 사슴발자국 저도 무슨 시를 쓰나 눈에 홀려 바람에 홀려 고놈 참 싹수가 노오란 시나 만지며 걸어갔나. 더보기
풀 - 유 종 인 풀 - 유 종 인 죽은 자여, 이 갓 낳은 초록을 마저 보라 무덤 풀 새로 돋아 손으로 쓸어보니 죽었다 살아왔다는 그 말이 푸르게 젖어왔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