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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선 각 자 - 김 병 옥 선 각 자 - 김 병 옥 ‘청학은 소리없이 멀리 날았고 검독수리 높이 올라 넓게 봤다 무명초가 일궈낸 초원을 보며 낙락장송에 잔가지 없게 했다’ 더보기
흔들리며 피는 꽃 - 도 종 환 흔들리며 피는 꽃 - 도 종 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더보기
낮 달 - 장 하 빈 낮 달 - 장 하 빈 어기진 사랑으로 탁발하러 떠나는 저, 훌쭉한 동냥자루 하나. 더보기
침묵을 들추다 - 김 명 인 침묵을 들추다 - 김 명 인 아이들이 운동장 가운데로 달려가고 있다 펼쳐진 시야가 소리를 삼키는지 저들의 함성 이곳까지 도달하지 않는다 공터 너머 깊숙한 초록은 연무 뒤에서 숨죽이고 실마리 모두 지워버린 무언극의 무대 위로 헐거운 한낮이 멈출 듯 지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이리저리로 공을 따라 쏠리지만 고요 속에 펼쳐놓는 놀이에는 성긴 무늬들만 군데군데 얼룩져 보인다 소리를 다 덜어내고 납작납작 눌러놓은 풍경들 아뜩하다 저 침묵 들추고 안으로 들어설 수가 없다 더보기
선 인 장 - 김 윤 숙 선 인 장 - 김 윤 숙 꽃! 하고 주었더니 손에 가시가 박혔다 바닷가 소금기 밴 손바닥 선인장 눈 맞춘 붉은 열매를 살짝 댄 게 화근이다 내 사랑도 그러했다 수많은 명주실 가시 왼편이 괜찮으면 오른쪽이 더 아렸다 자꾸만 가슴 헤집어 눈물 고이게 한다 더보기
꼭 그런다 - 박 성 우 꼭 그런다 - 박 성 우 두 시간 공부하고 잠깐 허리 좀 펴려고 침대에 누우면 엄마가 방문 열고 들어온다 -또 자냐? 영어 단어 외우고 수학 문제 낑낑 풀고 나서 잠깐 머리 식히려고 컴퓨터 켜면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또 게임 하냐? 일요일에 도서관 갔다 와서는 씻고 밥 챙겨 먹고 나서 잠깐 쉬려고 텔레비젼을 켜면 밖에 나갔던 엄마가 들어온다 -또 티브이 보냐? 더보기
<세월호에 숨진 학생들을 애도하고 49재와 함께 보내며> 바 람 -합동분향소는 유사 이래 가장 컸다 - 최 삼 태(전 한국노총 대변인) 이름을 부르기조차도 아까운 아이들이 거기 있었다. 끝없이 검은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무심히 노란 리본을 흔들고 지나간다. 곱고도 예쁜 아이들의 탐스런 영정 앞에서 수천수만 실성한 아비 어미가 안내인의 구령에 맞춰 줄을 서서 울고 간다. 안내인의 목소리도 메말랐다. 아비 어미는 시커먼 탐욕의 아가리 속에서 꽃잎이 지는 줄도 모르고 일상처럼 그저 가만있으마 가만있으라 주술을 외웠었다. 성능 좋은 카메라로 생중계를 하며 열일곱 살 안팎 여린 자식들을 수백 명씩 수장하고도 나라는 가만있으라 가만있으라 주술을 외운다. 합동분향소는 유사 이래 가장 크다. 꽃은 피기도 전에 지고 쉰 뱃고동이 외마디를 지른다. 여기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 더보기
청매실 여문 집 - 이 건 청 청매실 여문 집 - 이 건 청 저것들이 내 집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 속에 매실즙을 그득그득 눌러 담는 동안 어느 사람이 처방전을 받으러 병원엘 드나드는 동안 5월이 가버리고 봄도 다 가버렸는데… 더보기
벙어리 - 김 영 수 벙어리 - 김 영 수 뜨거운 말을 삼켜 목젖이 타버렸습니다 차라리 손바닥에 불도장을 주십시오 가슴이 불집 같아도 꺼낼 수가 없습니다 더보기
<弔詩> 하늘이여, 한 생명이여! - 진목(김광) 스님 하늘이여, 한 생명이여! - 진목(김광) 스님 하늘이여! 초록빛 머금고 못다 핀 빨간 장미 한 송이 차디찬 바다에 피눈물 삼키며 안기었으니 홀로 참아 온 설음 꽃잎 진 바다를 바라보며 별빛 따라 멀어져 간 찬 손을 붙잡고 지금 가지 말라고 누가 널 이리 불러 가느냐고 이렇게 세상천지를 피눈물로 물들이며 떠나야 하느냐고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들의 모든 것을 이 가슴까지도 용광로에 이글거린 원망의 망치로 붉은 피 토하도록 두들기고 있구나. 지금은 아무 말도, 누구의 말도, 어떤 말도 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엄마, 아빠, 여보, 언니, 오빠, 선생님, 친구… “나 지금 여기 있어”라는 그 말 한마디 “사랑해요”라는 그 숨결만이 내 이 애통한 가슴에 새 희망의 빛으로 출렁일 뿐 세상천지에 이런 청천벽력 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