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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실록편찬 - 김 희 령 실록편찬 - 김 희 령 오늘에야 오랜만에 화산을 다시 보고 돌아온 뒤 종일토록 대문을 닫아 두었네. 책 더미 속에서 팔을 베고 누워 뒹굴다가 초목 사이로 뒷짐 지고 천천히 걸어보네. 지나고 나면 알게 되지 모든 게 환영임을 집에 오면 느끼지 집만이 편안하다는 것을. 마을 사는 벗들아 어땠느냐 묻지를 마오 머리 허연 옛 얼굴 십년 동안 똑같다네. 더보기
귀 뚜 라 미 - 이 광 귀 뚜 라 미 - 이 광 올 것은 그냥 둬도 제삿날 오듯 온다 내내 용케 숨었다가 어느새 오고 만다 깜깜한 기억의 골방 반짝 불이 켜진다 지난해 못 다했던 울음 다시 꺼내 운다 한동안 끊은 소식 쫑알쫑알 들먹이다 오래전 듣던 발자국 생각난 듯 뚝 그친다 더보기
정 채 봉 정 채 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으로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더보기
임 - 박 목 월 임 - 박 목 월 내사 애달픈 꿈꾸는 사람 내사 어리석은 꿈꾸는 사람 밤마다 홀로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기인 한밤을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어느 날에사 어둡고 아득한 바위에 절로 임과 하늘이 비치리오 더보기
-세월호 9인을 기다리며- -세월호 9인을 기다리며- 박 종 호/전남 진도군 의신면 우리 함께 떠나자 하얀 박속 어머니 품 벗어나 친구들 지지배배 웃음 어깨동무하고 이 무거운 입시제국 벗어나 삼별초 자주정신 뱃길 따라 우리는 함께 성장하리 한밤 서해를 지나 보배섬 진도바다 하늘 별들이 하나 둘 푸른 섬들로 떠오르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무슨 적폐가 그리 쌓였나요 분단의 응어리 우리 몰래 너무도 커버린 암초 본디 한민족 한겨레 봄제비 날아와 쉬던 섬 가만히 앉아 기울어지는 아침 기다리라 기다리자 분단 70년 아직도 우리를 갈라놓은 것 어머니 선생님 알려 주세요 가르쳐 주세요 우리 보세요 깊은 물속에서 저마다 자가발전 불 밝히는 아홉 등대 내 이름을 부릅니다 다윤이 영민이 은화 현철이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님 권혁규 그리고.. 더보기
우리 다시 일어서야 한다 - 서 정 홍/농부 시인 우리 다시 일어서야 한다 - 서 정 홍/농부 시인 아무도 아무도 불쌍하게 여기지 마라 집을 수천수만 채 짓고도 제집 한 채 없는 목수를 값비싼 옷을 만들면서도 그옷 한번 입어 보지 못한 누이를 공장에서 공사판에서 거리에서 다치거나 죽은 노동자를 남의 밥상을 수십 년 차려주고도 빚더미에 깔린 농부를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공부하고 또 공부를 해도 뒷줄 없어 취직도 못하는 젊은이를 불쌍한 것이 아니다 미안한 것이다 부끄러운 것이다 안타깝고 슬픈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다시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단단하게 두 손 맞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더보기
人 情 - 김병옥 人 情 - 김병옥 ‘늘 가까이 하면 더 가깝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다 천천이 잊혀간 것이 사람의 정이란다’ 더보기
쑥 개 떡 - 정 용 국 쑥 개 떡 - 정 용 국 ‘홍역 뒤끝 속이 허한 네 살배기 붙들이가 툇마루 볕 가장자리에 졸음을 널고 있다 머리엔 도장부스럼 야윈 손엔 여름 한 조각’ 더보기
칠 월 - 이 오 덕 칠 월 - 이 오 덕 앵두나무 밑에 모이던 아이들이 살구나무 그늘로 옮겨 가면 누우렇던 볼들이 다 거둬지고 모내기도 끝나 다시 젊어지는 산과 들 진초록 땅 위에 태양은 타오르고 물씬물씬 숨을 쉬며 푸나무는 자란다 뻐꾸기야, 네 소리에도 싫증이 났다 수다스런 꾀꼬리야, 너도 멀리 가거라 봇도랑 물소리 따라 우리들 김매기 노래 구슬프게 또 우렁차게 울려라 길솟는 담배밭 옥수수밭에 땀을 뿌려라 아, 칠월은 버드나무 그늘에서 찐 감자를 먹는 복숭아를 따며 하늘을 쳐다보는 칠월은 다시 목이 타는 가뭄과 싸우고 지루한 장마를 견디고 태풍과 홍수를 이겨 내어야 하는 칠월은 우리들 땀과 노래 속에 흘러가라 칠월은 싱싱한 열매와 푸르름 속에 살아가라 더보기
저녁에 - 김 광 섭 저녁에 -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