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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팔순에 돌아보니 - 김 병 옥 팔순에 돌아보니 - 김 병 옥 ‘소띠 해에 태어나서 팔순에 이르니 먼저 가신 부모님 뵈올 생각 밤 길어 큰 병 나면 자식들이 달려와 살려낸 효성 돌아보니 우애 깊은 형제와 짝 잘 만난 복 이보다 많이 갖고 누렸으면 더 행복했을까 초등학생부터 대학에 간 여덟 손자 손녀 더 크고 잘 되는 것 보지 못할까 조바심 나이도 잊은 채 오래 살 욕심에서 몸 챙기고 좋다는 것 탐하다 들키면 실성하듯 거울 앞에 서서 남몰래 웃는다 가슴시리고 귓속의 저승새 울어대면 지는 해 노을처럼 사라져 떠날 인연 너 어떻게 살다가 왔느냐 물으면 사람의 도리에서 어긋나지 않았다고 둘러대지 않고 대답할 수 있으련만… 백세시대 팔순은 귀천하기 이른 나이 남은 생애 삶의 끝자락 무엇을 바랄까 육신은 묻고 혼만 가서 되돌아 보는 날 마음 비우.. 더보기
수탉이 우는 까닭은 수탉이 우는 까닭은 구름이 낀 하늘 탓일까 아침 해가 솟을 시간인데 수탉이 목청을 돋우며 울고 있다. 아파트 숲 속에서 닭이 울다니, 아무리 둘러보아도 닭이 보이지 않는다. 수탉의 울음소리는, 나의 심장을 파고드는 어떤 메시지인 것만 같다. “네가 닭 울기 전에 나를 세 번 부인하리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저 아파트, 어느 집에선가 들려오는 수탉의 울음소리는 잠자던 내 영혼을 그렇게 조용히 눈뜨게 했다. 더보기
팔거나 잃지 않네 - 신 흠 의 팔거나 잃지 않네 - 신 흠 의 ‘오동나무 거문고의 천년은 가락지켜 간직한 세월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으며 달은 천 번을 이지러졌어도 본디 모습 잃지 않았고 버드나무는 백 번을 더 꺾여도 새 가지를 뻗는다’ 더보기
꽃을 보려고 - 정 호 승 꽃을 보려고 - 정 호 승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고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립니다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고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립니다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엄마를 만나려고 내가 먼저 들에 나가 봄이 됩니다’ 더보기
봄 비 - 김 남 환 봄 비 - 김 남 환 ‘하늘의 총명이 어둠을 허물고 있다 그윽히 사르는 첫새벽을 발원하여 맺힌 꿈 속속들이 풀고 한마당 차는 것이다 산허리를 간질이며 흰 여울을 일으키며 소리죽여 흐르는 저 보석들의 강 그 겨울 허망한 자리 봄이 쌓이고 있다’ 더보기
광 야 - 이 육 사 광 야 - 이 육 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더보기
회 심 곡 - 사 명 대 사 회 심 곡 - 사 명 대 사 ‘아침나절 성턴 몸이 점심참에 병이 들어 황천길이 멀다더니 문턱밖에 저승일세 장승같은 저승 사자 어서가자 재촉하니 일가친척 많다 한들 어느 누가 대신 가리’ 더보기
징 검 다 리 - 김 미 정 징 검 다 리 - 김 미 정 흔들고 간 자리마다 드문드문 젖는 때 남기고 간 자취가 저리 떠는 거라고 지나는 강바람 돌아와 슬쩍 일러 주었네 틀어진 마음자리 흐르며 지워지고 거두고 남은 자리 행여 가누지 못한대도 묻어둔 가슴 밑으로 다시 놓일 발자국 더보기
겨 울 - 김 극 기 겨 울 - 김 극 기 일년 내내 할 일이 끝도 없이 이어져 해가 가도 손을 털지 못하겠구나. 폭설에 무너질까 판자처마 걱정되고 바람 불면 삐걱대는 지게문 소리 싫어라. 새벽 서리 밟으며 산에 올라 나무하고 달 뜬 밤이면 지붕 이을 새끼를 꽈야지. 봄철이 시작되는 날 기다리지만 그 때라야 휘파람 불며 언덕에 오르려나. 더보기
징 후 - 김 병 옥 징 후 - 김 병 옥 제비는 큰 태풍이 올 것을 미리 알고 대청마루 안쪽에 보란듯이 집을 짓고 돼지는 마른 풀을 끌어모아 깔면서 장마가 멀지 않은 것을 알게 한다. 둥우리에 알을 낳은 암닭이 울면 귀밝은 구렁이 먼저 알고 기어오고 패망한 모든 것은 분명 징후가 있어 알아차리면 방지하기 어렵지 않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