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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서로 몰라요 - 최 영 재 서로 몰라요 - 최 영 재 아이는 아이끼리 서로 몰라요 누가 오늘 이만큼 몸이 컸는지 나무는 나무끼리 서로 몰라요 누가 오늘 이만큼 키가 컸는지 흰 구름 나란히 떠내려가며 가는지 서는지 서로 몰라요 웃으며 노래하며 어깨를 겯고 나란히 크느라 서로 몰라요 더보기
묵 계 - 장 순 하 묵 계 - 장 순 하 뭔가 있지 싶은 우수절(雨水節) 이른 아침 신선한 한 젊은이 모자 벗어 손에 들고 한 발짝 물러선 곳에 다수굿한 새색시 그들은 의논스레 날 넌지시 건너다 보고 나는 벌써 요량한 듯 가벼이 점두(點頭)했다 그렇지, 까치저고릿적 그 전부터의 친구들 하여, 내 하늘 한 귀에 둥지 틀고 두세 마리 새끼 쳐서 요람 위에 얹어 두고 신접 난 젊은 것들은 쭉지 쉴 새 없구나 어제 저 어린것들 내 너머로 날려 보내고 저것들도 머리 세어 제 곳으로 돌아가면 난 다시 대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겠지 더보기
교육부 출입기자 47년, 김병옥 대한교육신문 편집국장 http://www.newsedu.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62 e사람 화제의인물 기사내용임 백 발 기 자 울음 삼킨 학은 천리길 날고 솔개는 높이 올라 넓게 본다 무명초가 이룬 초원을 보라 낙락장송에도 잔가지 있는가 가난이 채찍된 인고의 세월 세속의 유혹 이긴 낙천이다 소띠(丁丑)해에 태어난 백발기자는 올해 음력 2월 12일로 78세가 되어 지심(指心)의 후미에 들어섰다. 섬마을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소년은 생일날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고향집 부모님께 편지 한 장 써서 어머니 베개위에 올려놓고 가출하여 오늘까지 남의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 살았다. 생각한 바 있어서 교육언론에 투신하여 1966년 5월 15일부터 현재(2013년 2월)까지 47년 동안 교육부 출입.. 더보기
대선 후 허망 - 김 병 옥 대선 후 허망 - 김 병 옥 큰 선거가 끝나더니 전화오기만 기다린 사람들 인수위 사람도 명함이 없는데 그 보다 힘이 있는 척 나대더니 때로는 용꿈에서 깨어난 듯 신문의 운세란을 훑어보며 복권을 산 서민처럼 기다리다 조상의 선산 탓인양 낙심한다 더보기
길 - 류근 길 류 근 여섯 살 눈 내린 아침 개울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늙은 개 한 마리 얼음 장 앞에 공손히 귀를 베고 누워 지상에 내리는 마지막 소리를 견뎠을 저문 눈빛의 멀고 고요한 허공 사나흘 꿈쩍도 않고 물 한 모금 축이지 않고 혼자 앓다가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개울가로 걸어간 개 발자국의 선명한 궤적이 지금껏 내 기억의 눈밭에 길을 새긴다 더보기
기쁜 일 네 가지 - 윤 기 기쁜 일 네 가지 윤 기 (1741~1826) 가난한 집 급한 빚을 이제 막 해결하고 장맛비로 지붕 새는데 날이 문득 개어오네. 파도에 휩쓸린 배가 언덕에 정박하고 깊은 산속 길 잃었는데 행인을 만나네. 책 읽다가 난해한 것을 별안간 깨우치고 시구 찾다 좋은 소재 홀연히 떠오르네. 용한 의원 처방하자 묵은 병이 사라지고 봄날씨가 추위를 몰아내니 만물이 소생하네. 더보기
어 머 니 - 정 용 원 어 머 니 - 정 용 원 찬바람에 문풍지도 떠는 밤 문 앞에 누운 어머니 “얘야, 감기 들라, 배 아플라 아랫목에 자거라” 어머니는 감기 들어 끙끙 앓으시며 “귀여운 우리 아들, 밥 비벼 줄게. 많이 먹어라 먹어라” 엄마의 사랑을 비벼 밥 한 그릇 비우고 이불 속에 가만히 자는 체 누웠다 내 이마 쓸어 주시는 주름진 손 “엄마는 바보야, 내가 자는 줄 아는 가 봐 엄마가 자야 나도 잘 텐데…” 더보기
세한(歲寒)의 저녁 세한(歲寒)의 저녁 권 갑 화 공원 벤치에 앉아 늦은 저녁을 끓이다 더 내릴 데 없다는 듯 찻잔 위로 내리는 눈 맨발의 비둘기 한 마리 쓰레기통을 파고든다 돌아갈 곳을 잊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지 눈꽃 피었다 지는 부치지 않은 편지 위로 등 굽은 소나무 말없이 젖은 손을 뻗고 있다 간절히 기댈 어깨 한 번 되어주지 못한 빈 역사(驛舍) 서성이는 파리한 눈송이들 추스른 가슴 한쪽이 자꾸 무너지고 있다 더보기
구부정 소나무 - 리 진 구부정 소나무 - 리 진 숲의 먼 끝에 한 그루 외따로 구부정 소나무가 서 있다 로씨야땅에서 보기 드문 구부정 소나무가 서 있다 그 곁을 지날 때면 언제나 가만히 눈물을 머금는다 저도 몰래 주먹을 쥔다 가슴이 소리 없이 외친다 멀리서 아끼는 사랑이 얼마나 애틋한지 아느냐 길 떠난 아들을 잊지 마라 구부정 소나무의 내 나라 ※리진은 함경도 출신으로 김일성대학 영문학부를 나와 모스크바 유학 중 반체제 운동으로 소련에 망명했다. 망명 이듬해 조상의 선산을 지키던 나무들을 그리워하며 남긴 것이다. 더보기
정해숙-아름다운 선생님의 멘토 정해숙-아름다운 선생님의 멘토 107 마지막회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무덤에서 요람까지 그리고 깨어 있는 모든 시간 동안에 인간은 교육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교육자는 인간관계이다”라고 했다. ‘길을 찾아서’의 긴 글을 마감하며 많은 분들과의 인연을 생각해본다. 1999년 7월1일, 정년퇴임 한달을 앞두고 전교조가 출범 10년 만에 합법화됐다. 그 무렵 에 이어 월간 를 발행하던 정진백 사장이 교원노조 합법화와 정년퇴직에 즈음한 책 발간을 권유했다. “하늘을 나는 새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는 말을 구실 삼아 사양했다. 그러나 정 사장의 계속되는 요청을 받아들여 11월1일 (1, 2권)을 상재하였다. 박현서·이규환 지도자문위원님을 비롯한 50여명의 필자들, 초상을 그려주신 강연균 화백, 최진우.. 더보기